기도 115

아침에,

by 강물처럼

더위가 곧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승 氣勝 부리는 열기입니다. 거칠 것이 없이 주변을 함락시켜 힘을 키우고 거대해지는 여름입니다.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어도 벌써 숨이 막힙니다.


더위에 맞서야 하는 우리에게 알량한 에어컨 같은 것이 최선이라니요.


피난 가듯 여차하면 더위도 피하고 봐야 하는 것이 사람의 처지입니다.


비에 휩쓸리고 폭염에 지치고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상을 지키느라 애쓰는 모든 이들이 고맙습니다.


민원을 해결하느라 바쁜 사람들도 뙤약볕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도 어떤 공간에서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위대합니다.


아이들도 저희들 나름대로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덥다고 불평도 하지만 여름이 더운 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만 하나의 팀이 아닙니다.


풀이 엮이면 달리던 말도 거기에 걸려 넘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풀입니다. 가느다란 풀잎들입니다.


하지만 은혜를 갚을 줄도 아는 풀이며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민초 民草가 되어 갑니다.



<돌밭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는다.


그러나 그 사람 안에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 마태오 13:20-21



꽃이 되고자 하는 이에게 먼저 풀이 되라고 전하겠습니다.


누군가의 뿌리가 되어 보는 일은 다시 마셔보지 못할 암브로시아 같은 것을 맛보는 일입니다.


하찮은 그러면서 연한 것들의 뿌리로 여름을 날 줄 안다면 그리스 신들이 마시던 그 불사의 음료를 얻어낼 것입니다.


그 맛이 무엇인지 땅속의 영양을 빨아들인 뿌리는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뿌리가 꽃이나 나무, 심지어 바위와 냇물의 뿌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생명과 존재는 서로 이어져 있다고 했으니까요.



여름은 덥습니다.


늘 그 생각을 합니다.


영화 같은 인생이 좋을까, 인생 같은 영화가 좋을까.


영화는 거기에서 끝나는 매력이 있고 인생은 그다음으로 흘러가는 맛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잘 섞어보고 싶습니다.


맛 좋은 음료는 셰이킹 shaking으로 승부를 겁니다.


물론 기본은 무엇을 거기에 넣느냐는 것이고요.



마음 같아서는 찾아다니며 아,아 한 잔씩이라도 돌리고 싶은 날입니다.




* 아, 아 - 아이스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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