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16

아침에,

by 강물처럼

´첫 마음´이란 것이 있습니다.


어떤 책에 쓰여 있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그것에 대해 감각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서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첫 마음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하지만 누구나 첫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내가 첫 마음을 가졌던 모든 대상들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그때 나는 '내가' 가장 적었습니다.


첫 마음이 강렬할수록 나는 없고 상대가 커 보였습니다. 그리고 좋아 보였습니다.


자동차도 그렇고 집도 그렇고 학위나 지위도 그렇고 모든 게 그 영역 안에 있습니다.


나는 보이지 않고 온통 그나 그녀의 세상처럼 보이는 것이 첫 마음입니다.


그래도 연신 콧노래를 부르고 좋은 생각만 자꾸 하는 어쩌면 바보 같은 마음이 그 마음입니다.


홀딱 반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첫 마음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그래서 먼지가 자욱합니다. 보이지 않는 먼지는 짙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첫 마음을 잃어가는 사람도 오랫동안 방치된 식빵처럼 말라갑니다.



어제같이 더운 날 저는 태어났습니다.


생일은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먼저 들어 가만히 지나가는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저처럼 지내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부모는 때로 -아니면 자주- 자기 스타일은 잊고 아이들에게 맞추기로 합니다. 아니, 맞춰집니다. 오토매틱입니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부모가 되는 것도 연습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첫 마음이 계속 실현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선물해 준 책은 다산이 육십이 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쓴 글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한 글자씩 짚어 보았습니다. 선비들이 마음은 고색창연 古色蒼然한 구석이 있습니다.


앞으로 며칠은 이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으로 아침에 찾아뵐 듯합니다.



- 곧은 자는 반드시 온화함이 부족하므로 온화하고자 하고, 너그러운 자는 반드시 그 엄숙함이 모자라니 한쪽으로 편벽될까 염려하며 보충하는 것이고, 강한 자는 반드시 오만함에 이르므로 그 오만함을 없애고자 하니, 그 지나침을 막아서 경계하고 금지하는 것이다. -



저는 ´첫 마음´을 다시 떠올립니다.


사람답다는 말은 그 의미의 속과 지평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 말은 사람이니까 죄를 짓는다는 말로도 쓰이고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는 말로도 쓰입니다. 또한 그림 같은 일, 뭉클한 것도 사람의 일이 되어 사람을 거룩하게 합니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마태오 13:29-30



밀 가운데 가라지가 자라고 있습니다.


하나만 더 챙기고 싶습니다.


바깥은 여름입니다. 바깥은 잘 보입니다. 그리고 무덥습니다.


그 안쪽은 어느 계절인지요, 거기는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그리고 거기에서 함께 자라는 것은 무엇인지요.



다산의 교훈과 복음 말씀을 토요일 아침에 이어봤습니다.


여름에 태어나고 낳은 분들에게 작은 글로 선물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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