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잠을 깨지는 않았는지요.
살갗에 닿는 새벽 공기의 신선함을 당분간은 잊고 지내야 할 시기가 찾아온 듯합니다.
잠이라도 잘 자고 일어나야 혼란스러운 이 판국을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은데 앞뒤로 막막한 일정입니다.
´본격적´이란 말을 여름 앞에 붙여놓고 새롭게 다시 판을 짜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름이 커졌습니다. 이제 힘으로 밀어붙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은 지난 일은 아무것도 쌓아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련이나 후회도 없어 보이고 세월을 살아낸 지혜 같은 것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순둥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고집스럽게 뜨겁지만 살살 달래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와 싸우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그는 어른 아이같이 쨍쨍 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호박을 키우고 고추를 빨갛게 물들입니다. 벼 이삭도 실컷 그의 그늘 아래에서 혜택을 누립니다.
참깨 잎이 옥수숫대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것을 보면 여름에게도 팬들이 많습니다.
백일홍 나무가 지금 가장 보기 좋습니다.
올해 여름이 시작하면서 내가 받은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벌써 다섯 번째 그 선물을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달랑달랑 흔들리는 것이 꼬마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알 것도 같습니다.
저를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저를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살짝 표정을 심오하게 챙깁니다. 한 번에 해석하기 어려운 그런 표정 말입니다.
편안한 듯하면서 꼭 그렇지 않게, 불편할 것 같은데도 따라 해보고 싶을 정도로만.
표정에도 ´손맛´이 절대적입니다.
손맛 좋은 사람들이 어떤 요리도 맛있게 내놓는 것처럼 손맛 좋게 연기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작품입니다.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하고 감동의 순도를 높입니다. 제일 좋은 연기는 자연스러움입니다. 그리고 하나 꼭 챙겨야 할 것이 ´아름다움´입니다.
어제 그 문장을 산길을 걷다가 마주쳤습니다. 혹시 다시 못 들을까 봐 듣고 싶은 음악도 멈추고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서두르면서도 내 걸음은 가뿐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살살거렸습니다. 땅을 살살 건드리고 밟고 디디면서 나도 살살 지나왔습니다. 여름은 살살, 옳거니 그거였습니다. 여름에는 살살.
제가 드리는 선물은 아니고, 그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정채봉 선생의 동화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맘에 드시면 ´좋아요´를 쏴주세요. 그냥 가장 가까운 하늘에다 쏘시면 됩니다.
- 아름다움이란 뭔가요?
꽃잎이 크고 빛깔이 진하고 향기가 많이 나면 그러면 아름다운 건가요?
그런 것은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없어.
그럼 진짜 아름다움이란 어떤 건가요?
아름다움이란 꽃이 어떤 모양으로 피었는가가 아니야.
진짜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에게 좋은 뜻을 보여주고 그 뜻이 상대의 마음속에 더 좋은 뜻이 되어,
다시 돌아올 때 생기는 빛남이야.
어떠실지요.
아름다울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 아름다운 것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살살 전해오지 않으신지요.
그런 것입니다.
그냥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 잊어버리기 전에.
내가 보니까 좋아서, 내가 해보니까 좋아서, 내가 맛보니까 좋아서.
또 좋은 것들이 더 있으니까 오늘처럼 더운 날에는 빙수처럼 하나씩 꺼내겠습니다.
<"하늘나라는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마태오 13:33
아, 제가 받은 선물은 기막힌 것입니다. 분명히 웃으실 것입니다. 웃지 않는다고 해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웃어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거 무척 괜찮은 선물이거든요.
선물에도 격이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스스로 잘 판단하셔야 합니다. 자신이 그 옷에 어울리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선물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눠주지 않고 혼자만 누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맨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