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잦습니다.
며칠 계속 비가 내리니까 꼬마 아이들도 우울해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볕은 수그러들고, 아!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디선가 귀뚜라미 우는소리가 잠에 막 들려던 참에 들려왔습니다. 그러면서 잠들었고 빗소리에 깼습니다.
간절기에는 마음이 자세를 낮추고 몸을 웅크립니다. 시절의 변화를 마음은 주시하며 익숙한 지점을 찾습니다.
어느 곳에서 문을 열고 밖에 나설지 마음은 때를 보고 있습니다.
내게 몸과 마음이 있듯이 마음에게도 몸과 마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골똘해집니다.
마음의 마음은 무슨 마음일까, 마음의 몸은 어떻게 그 마음과 같은 걸음을 걸을까.
몸은 마음에 기대는 반려자 같아서 차분할 줄 알아야 한 사람을 평화롭게 이끌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몸이 마음에 맞서고 마음이 몸을 믿지 못해서 벌어지고 맙니다.
저 또한 맨 나중에는 그것을 뉘우칠 것입니다.
친절하지 못했던 것, 순하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입니다.
내 안과 밖에 머물렀던 모든 순간을 허투루 보내고 말았다며 딱 한 번 쓸 수 있었던 여기에서의 시간을 안타까워할 것입니다.
가을에는 순한 것들을 보고 배워야겠습니다.
떨어지는 것들을 그렇게 오래 보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나를 어디에 매어놓고 살아있을 때, 풍장 風葬 시켜볼까 합니다.
죽어서 지내는 장례가 아니라, 죽기 전에 먼저 다른 것들을 바람에 말려놓고 재미 하나만 붙잡을 줄 알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짜를 하나도 건지지 못하면 진짜로 허전해서 어떡할까 싶습니다.
그래서 가을에는 호올로 기도하게 하소서.
땅에 이마가 닿게 반가워하며 그 말을 꺼내 놓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루카 6:12
내 마음의 마음은 무엇을 원하는지 그의 기도를 듣고 싶은 계절입니다.
비가 내립니다.
올해 가을은 먼저 몸을 씻고 그릇을 굽는 도공 陶工처럼 정중할 것만 같습니다. 애지중지 그릇들을 살피는 그의 모든 감각을 한 몸에 받고 싶습니다. 나는 가을이 굽는 그릇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이 빗물이 거기 담겨 찰랑거린다면 나는 친절한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 것도 같습니다. 미리 찍어보는 올가을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