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5학년 여자 아이

심쿵,

by 강물처럼


도로 양쪽으로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이쪽을 모현동 신시가지라고 부르던가?

금요일 밤이면 주차장을 찾지 못한 차들이 멀리까지 늘어서는 곳이다. 모임이 없이 사는 나 같은 사람은 번잡하고 웅성거리는 곳을 피하는 편이라 필요할 때만 한 번씩 찾아올 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거리.


어제 그 거리를 막 지나올 때였다.

앞자리에 탄 강이가 뒷자리에 탄 친구들에게 자랑처럼 떠들었다.

"저기, 고수 닭갈비 맛있어."

신호등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던 나는 처음에 그게 무슨 말인가 했다.

고수인지, 보스인지도 잘 못 알아들었고, 매운 것을 먹지 않는 강이가 닭갈비라니, 게다가 여기에서 닭갈비를?

어린애들을 데리고 다닐 때에도 제스처를 크게 하고 허풍스럽게 말하는 것이 내 버릇이다.

"힝, 나만 빼고 먹었네."

말끝을 길게 뺄수록 바보 같고 점점 투정이 된다. 그러면서 네에에에, 물결을 탄다.

뒷자리 아이들은 뭐냐 싶어 서로 눈치를 보고, 강이는 익숙한 듯 얼른 대꾸해준다.

"괜찮아, 엄마도 안 먹었으니까."

좌회전을 하면서 답이 됐다 싶었는데, 가만! 엄마하고도 먹지 않았으면 누구하고 먹었단 말이야, 닭갈비를?

순간 궁금증이 급발진했다.

"강이야, 누구랑 먹었어?"

"친구들이랑."

강이 친구들이라면, 그 5학년 꼬마 4 총사들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강이가 먼저 치고 들어왔다.

"넷이서 닭갈비 먹었는데 맛있었어."

오호, 그렇구나. 요즘 5학년은 이런 데 와서 저희들끼리 닭갈비를 시켜먹을 줄 아는구나.

내심 복잡했다.

멋진 것도 같고 당돌한 것도 같고 어쩐지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 식당 주인은 재미있었겠다 싶으면서 정량 제대로 나왔을까도 싶고.... 그 짧은 거리에서 많은 생각이 났다.

미처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강이가 결정타를 날렸다.

"닭고기 먹고 저기 백다방에서 뭐 시켜 먹으면 좋아."

백다방, 백다방, 백다방...

나도 거기 들러볼 이유가 비로소 생긴 듯하다.

나이 먹는다는 것은 관심이 덜 생긴다는 뜻이었구나.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 때는 말이야, 그런 말 해주고 싶었지만 어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라떼도 없었던 '나 때'를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만지작거리고 싶었다. 보여주기 창피한 것들을 거기 넣어두고 혼자만 달달해했었던 수많은 나 때들.

나 때가 되는 것들, 나 때인 것들아, 오징어 게임 같은 것들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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