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72

아침에,

by 강물처럼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가을걷이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그러고 보니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볕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땅에 난 것들을 수확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싶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보이는 세상이란 참 볼품없습니다.


물론 신비한 구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통이나 교류, 확대 같은 말들을 거기 대어 보면 영 어쭙잖습니다.


그 문장을 언제 배웠는지 기억도 가물거리는 말이 가을, 이때가 되면 간질간질 사람 약이 오르게 합니다.


그럴 것도 없는데 그 말이 맞는 말이어서 빼먹지 않고 가을이면 저를 앵하게 만듭니다.


가을 벌판은 절대 나그네의 것이 되지 못합니다.



- 나그네로서 보는 들은 목가적이요, 낭만적이요, 그래서 다만 아름답기만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 들을 가꾼 사람들의 눈으로 보는 들은 실로 뼈마디 쑤시는 현실이요, 그래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애착을 느끼게 하는 그런 존재이다. -



들판에 서면 서정 敍情이 물씬 묻어나는 사람으로 있고 싶지만 저 말이 내게 기억되는 한 미안한 생각이나 고마운 생각을


떨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 기분이 들면 나그네에서 순례자로 살짝 몸을 바꿉니다. 변장이라도 좋고 그것을 단풍 같다고 해도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가을에는 어느 길에서든 빛의 일생을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히 전해집니다.


4월에는 연두색으로 7월에는 초록, 10월은 노란빛을 띠다가 점점 빛은 사그라들고 색이 빠지면서 몸이 마르는 일생 一生.


가을길이 발자국 소리만 남기고 고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최고로 관심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길에서 마주치는 것들에게, 길가에 난 것들은 자기 앞을 지나는 그 사람에게 잊히지 않는 눈짓, 몸짓, 이름이 되어 줍니다.


그래서 국화는 가을에 피는 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녁놀이 하늘의 배경이라면 살아있는 것들이 맞이하는 가을 녘에는 국화꽃 향기가 물씬합니다.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루카 11:52



그래서 불행하다는 것입니다.


자기도 못 먹고 다른 사람들도 먹지 못하게 하는 일생은 불행하다는 것입니다.


그와 반대로 자기도 먹고 다른 이들도 먹는 일생은 행복할 것입니다.


거룩한 일생은 자기는 못 먹더라도 다른 이들을 먹게 하는 것이고, 이기적인 일생은 자기만 먹고 다른 사람은 상관하지 않는 것입니다.



´행복하려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왜 사냐고 물으면 늘 같은 대답을 합니다.


백 년 전에도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싶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도 유럽 사람도 멀리 화성에서 살아갈 사람도 그것 하나는 모두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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