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일기예보에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라 조금 뜻밖입니다.
우선 듣기에 빗소리가 나쁘진 않은데 그래도 좀 천천히 추워졌으면 싶어서 살짝 부담스럽습니다.
물론 가을 감기나 천식, 비염 같은 날씨가 쌀쌀해지면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 질환들도 조심해야겠습니다.
´교과서´ 그러면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납니다. 나이에 따라 그 장면들은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한때는 교과서가 모든 것이었습니다. 교과서에 쓰여있는 말은 진리에 버금갈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견줄만한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절대적이라거나 독보적이란 말이 ´교과서´에도 적용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를 왜곡하는 일 같은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민주화´는 사방 곳곳에서 실현되었습니다. 무엇인가가 많아지고 다양해지게 만드는 힘은 자본인데 그 자본의 긍정적인 작용이 바로 이와 같은 부분입니다. 사람들의 삶을 넓고 고르게 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늘 그게 무엇이든 그것 나름의 고유한 성질이란 것이 있어서 자본은 최고 일인자를 가리고 싶어 합니다. 그쪽으로 질주할 때 자본은 무자비, 무관용이 되어 인정사정 봐주지 않습니다. 권력과 비슷한 속성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자본과 권력에 빠져본 사람들은 둘 중에 하나를 외칩니다.
´달콤하거나 허무하거나´
교과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삶이 그와 같은 게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믿고 의지할 것이 교과서밖에 없을 때 교과서 밖의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던가 하는 문제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말을 우리는 실제로 얼마만큼 인정하는가.
저는 그런 물음이 가장 앞서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의 과장될 때, 아니면 위선적일 때 발전은 없습니다. 설령 발전이 있다고 해도 허풍스러워서 금방 와르르 무너지고 맙니다.
그런 아이들도 있으며 그런 어른들도 있습니다.
질문을 위한 질문을 하는 케이스.
커플인 학생 둘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수업 중에도 나란히 앉아 서로를 그야말로 ´사랑스럽게´ 쳐다봅니다.
그런데 정작 영어 문장 앞에서는 자신들을 감추느라 애를 씁니다.
공부하러 와서 모르는 것을 감추느라 애쓰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보면서 나도 그러고 사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니, 그러면서 살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정확하게 말해야 할 때는 그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약이 많아서 종기가 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그러셨습니다.
´종기는 확실하게 뿌리까지 짜야한다. ´ 정확하게라는 말을 기억하는 제 방식입니다.
그 아이들이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제가 알고 있는 방식을 전해줬습니다.
´좋아한다면 서로가 좋아지도록 도와야지, 그러려면 모르는 것들을 알아가야 한다.
감추는 것은 쪼금 좋아하는 것이다. 많이 좋아하면 쪼금 감춘다. 완전히 좋아하면 감추는 것이 없지. ´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루카 12:37
깨어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변화무쌍합니다. 마치 물과 같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형태 이전의 상태입니다.
깨어있은 다음에야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감추지 않는 것도 깨어있는 일일 것입니다. 깨어서 빗소리를 듣습니다.
깨어있어야 소리도 듣고 빛도 볼 수 있습니다. 건강은 하나의 목표지만 몸이 깨어있는 것은 모든 조건들을 수용하는 살아있음입니다. 그러니까 깨어있다는 것은 하나의 삶입니다. 삶이 갖추고 있는 삶의 모습입니다. 깨어있는 삶은 포용 包容 합니다. 포용은 너그러운 일입니다. 무엇이든 그것이 설령 죽음이라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줄 안다는 것은 삶이 꾸는 로망입니다.
깨어있지 않은 삶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미망 迷妄일뿐입니다.
그것은 헤매는 것입니다. 갈 곳을 모르고 내내 서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