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국, 콜롬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에티오피아.
이 나라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실까요.
아마 다른 것은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살림이 좋지 않은 나라들?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은 그런 느낌마저도 낯설 만큼 먼 나라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우리와 무척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아직 잘 모르시겠다면 ´터키´를 하나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제 아시겠지요.
6,25라고 부르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나라들입니다.
특별히 이들 나라를 열거한 까닭은 제 개인적으로는 ´뜻밖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때는 모두 가난했어. ´ 그런 말, ´그때는 다들 그랬어. ´ 같은 말들.
그 말들은 사람을 누그러뜨리는 기운이 있습니다. 이해도 되고 숙연해지게 하는 어떤 것이 있습니다.
그랬던 시절에 정말이지, 이 먼 나라, 코리아까지 와서 목숨을 내놓고 대신 전쟁을 치르다니요.
정작, 그 덕으로 지금 잘 살고 있는 나는 그 나라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잘해서 잘 사는 줄 압니다.
분명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누군가가 우리, 우리의 산하를 지켜내기 위해 이 땅에서 죽어갔습니다.
알아도 모르는 척, 봤어도 못 본 척, 들었어도 못 들은 척 그렇게 가르치는 시대입니다.
무엇 때문에 이처럼 혼란스러워졌는지요.
원래 길을 하나인데 사람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힘 있는 사람들에게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제가 기대하는 일은 뜻밖의 일들입니다.
겁쟁이가 용기 내는 일, 앉은뱅이가 일어서는 일, 굳었던 땅에서 꽃이 피는 일, 그런 것들이 기대되고 그런 것들을 기대합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루카 12:48
저는 이 말씀을 21세기에 맞게 패러디해 보겠습니다.
애정이 많은 사람에게는 많이 짊어지게 하시고, 많이 짊어진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기대하신다.
하늘이 기대하는 사람, 그 사람을 우리도 기대하며 살아갑니다.
사이비 종교나 매스컴에 나와서 떠드는 사람들 말고, 위급할 때 찾아와서 우리를 구했던 저 나라들과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그리고 말없이 사라져 간 그 영혼들 말입니다.
´할 일을 했을 뿐´ 같은 말, ´당연히, 마땅히, 누구라도 그랬을 거´라는 말들.
그 말들은 사람을 믿게 하고 세상을 좋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를 기대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