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81

아침에,

by 강물처럼


때가 되면 거기에 어울리게 사람의 주의와 관심을 끄는 말들이 있습니다.

얼굴이나 몸이 먹어가는 나이는 제법 정직합니다. 주민등록번호보다 더 정확하게 내 생년월일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직한 것을 좋아하면서 성형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한동안 우리가 자주 들었던 ´선택적´이란 말을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개인의 전유물은 아닌 듯싶습니다. 선택적 기억, 선택적 분노, 선택적 침묵, 온갖 이름 앞에 붙을 수 있는 저 ´선택´은 무엇인가 불편하면서 위험하게 들립니다. 사람이어서 편들고 싶고 한쪽으로 기울어지기는 더 쉽습니다. 불편부당한 것,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 것은 저울에게나 바랄 일인지, 아니면 바람 같은 것인가 싶습니다. 법은 과연 그렇던가, 저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지켜보고 있는 솥은 끓지 않는다는 속담이 내 안에서 풀어지던 때가 언제였던가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그 뜻을 알겠다 싶었을 때 좋았습니다. 대나무 줄기에 마디 하나가 생기려면 거기에도 천둥 몇 개, 비는 몇 번이나 내렸을 것입니다. 그밖에 우연처럼 스쳐 지나간 일들이 그 마디 하나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을 즈음, 저는 자랐던 것 같습니다. 사는 일이 마디를 채워가는 일이라는 것을 키 큰 대나무를 볼 때마다 떠올렸습니다. 그 늘씬하고 푸른 이파리들이 내는 소리가 다르게 들렸습니다. 복음을 읽다가 ´온통´이란 말이 나오면 늘 거기에 표시를 해둡니다. 대숲에 부는 바람소리를 담을 방법이 없어서 그대로 멈춰 한동안 그것이 되고자 하듯이, 온통이란 글자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의 백분의 일이라도 되어볼까 싶어 골몰해집니다. 나는 그런 적이 없으니까요.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루카 13:21




온통이란 말은 파란 하늘이나 바다 앞에서, 아니면 깊은 산 높은 곳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은 사람을 가립니다. 행운에는 발이 달렸다고 그러는데 저는 행운에도 눈이 달렸다고 여깁니다. 둘이 하나만 되어도 좋은데 온통 사방이 꽃밭이면 황홀할 것입니다. 천국 같다는 말이 아마 그쯤에서 통할 것입니다.




그처럼 때가 되어 내게 이르는 말들은 내 나이테가 되어 나를 두릅니다. 내 안과 밖으로 스미고 번집니다. 스미면서 순해지는 것을 가르치고 번지면서 다른 삶을 배우게 합니다. 그래서 자연을 동경하게 되고 신 神을 찬미하게 되는 듯합니다. 나이가 드러나는 말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드러나는 말이 있고 맛이 나는 말도 있습니다. 오늘은 가을이 담겨있는 말을 건넵니다.

작가의 이전글기도 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