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은 점 1

중학 소묘 素描

by 강물처럼


새마을, 녹색 모자 기억나는지?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말 '새마을'

나도 새마을 운동의 한 귀퉁이를 맡아서 마을 길을 쓸고 쓰레기를 주었다. 있었던 일인가도 싶은 있었던 일.

산이가 자기 반에서 체육대회를 맞이해 맞춘 거라며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새마을이라고 쓰여있는 티셔츠에 아래는 몸뻬 바지. 아주머니는 좀 예스럽고 아무래도 몸뻬 바지하고 어울리는 것은 아줌마다. 누가 그러던데, 단무지 그럴 때 하고 다꾸앙 그래야 할 때가 따로 있다고. 나도 맞장구를 쳤다. 내가 다닌 학교는 국민학교지, 초등학교가 아니더라고.

에피소드를 하나 더 하자면, 몸뻬 바지는 아마 틀린 말이라고 나올 것이다. 이 글을 다 쓴 다음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일본 유학 시절, 그때가 벌써 30년 가까이 됐으니까 오래전이다. 여러 가지 놀랄 일이 많았지만 교실 안에서 수업을 받다가 놀란 맨 처음 기억이 그것이다. 그래서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정확하게는 몬뻬, 일본어로 もんぺ라고 쓴다. 사실은 그것이 일본 옷이었다니 깜짝 놀라면서 깜빡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아,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몬뻬라는 말을 몸뻬라고 잘못 알아듣고 그냥 그것도 말이 되는 것 같아 전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아마 지금 아이들은 상상을 하겠지?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가 유행이라던데 그런 풍경을 그릴지도 모르겠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동네 아줌마들은 누구나 몸뻬 바지를 입고 다녔다. 일하는 엄마들은 특히 다 그랬다. 우리 엄마도 아래는 좁아지고 위로 갈수록 펑퍼짐해서 바람이 든 것처럼 펄럭이던 몸뻬를 입고 일을 했다. 편하다는 것만 남을 줄 알았는데 그게 내 유년의 풍경이 되었다. 그리운 것이 되었다.

너는 체육대회가 즐겁냐?

붉게 물든 단풍도 예쁘지만 꾀꼬리 단풍이란 말을 너는 아느냐? 노란 은행잎이 네 나이 언제쯤에나 너를 그립게 할 줄 아는 풍경이 될는지, 산이가 그 옛날 옷들을 입고 까부는 것이 보기 싫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일방적으로 모든 활동들이 취소되거나 족족 연기될 뿐, 재미없다, 재미없다는 푸념을 책가방에 넣고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날들이다. 심플하게 행사를 치렀겠지. 그랬겠지.

그런 체육대회라도 너는 기대하더구나. 나는 네 기대를 코끝으로 비웃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즐거웠던 체육대회는 없었으니까. 생각해 보니 그렇구나. 내가 즐겁지 않은데 나를 즐겁게 할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아빠, 우리가 1등 했어!"

중학교 2학년이 불러주는 아빠라는 말이 고마워지는 시대다. 나는 너처럼 불러본 적이 없었으니까.

우리 반도 아니고 '우리가' 그러는 너는 나하고 다른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문세 아저씨의 노래를 듣다가, 사랑이 지나가면 그럴 때에 드는 감정과 닮았다. 너는 나하고 다른데 그게 왜 그렇게 포근한지 모르겠구나.

1등 15만 원 받았다고 떠들썩해지는 너의 영혼은 가볍고 단정하게 쓸어낸 새마을 같았다.

나는 그것이 너의 좋은 점이라고 적는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고, 내가 누리지 못한 즐거움을 누리는 너를 질투하기로 한다.

내 사랑은 지나갔어도 너를 보면서 그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 살짝 그리워지는 시절에 대한 2%의 동경도 함께 묶어본다. 가을이다. 가을이 가고 있다.

아, 노스탤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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