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09

아침에,

by 강물처럼


왜 하고많은 달 중에서 11월일까.

다 늦은 가을날 새파란 공중을 손 뼘 하나만큼 솟구치다 1미터쯤 추락하는 곡예사들, 낙엽들.


새들만 거기 앉아서 떠나는 것들에 만가풍 輓歌風의 시선을 꽂아두는 11월에 찬미.


화장 火杖 닮은 저 십일 자로 세상은 불목하니가 된다.


나무는 겨울나무가 되고서야 젖이 돈다.


군불을 지펴 방을 덥히고 새끼를 밴 것들은 모두 거기에 들여라.


쓸쓸한 줄 모르는 새들의 까만 눈들은 깜박거리지 않고 뚜렷하다.


가고 오는 것들을 위한 점등식이 저 안에서 성대하다. 불 밝다.


낙엽의 씨앗은 새들의 시선 視線, 잎이 돋았던 추억에게 가서 다시 가지로 향하라.


참나무 가지 1704호를 찾으면 거기를 만져주고 쪼아주고 앉아서 독경 讀經.



오늘 하고 내일은 가을이 잉태하는 날.


한 달 후에는 배가 불러오고 두 달 지나면 고생도 좀 하겠지.


그러다 백일쯤 되면 온몸이 알 것이다. 낡은 껍질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늦가을 새들의 시선 속에, 빈 나뭇가지 안에 네가 있었다.


그래서 11월이었던가 보다, 맨 처음 하늘에 오를 줄 알았던 그도.



아쉬워서 소리 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11월을 보내는 내 마음의 토로입니다.


저는 11월을 꽤나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것이 떠나려 하니 마음이 분수도 모르고 퍼질러 앉아서 신세한탄입니다.


제 신세가 어때서 그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인가 좋아할 때, 처음에는 이유도 없이 막무가내입니다.


그러다가 어째서 그러는지 자초지종을 들어봅니다.


나는 나에게 묻고 나는 나에게 답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저는 음미 吟味 하는 것을 좋아하는 부류입니다.


음미하는 데에도 경험과 절차가 있는 듯합니다.


녹차 맛 아이스크림도 살살 녹여내고, 사탕도 얼마든지 천천히 맛을 들입니다.


커피는 또 한 차원 다른 음미를 요구하고 거기에 합당한 쾌감을 전합니다.


음악도 그렇지요.


저에게는 11월이 그렇습니다.


나는 가만있고자 하는데 저절로 집중되어 하나의 점으로 소멸될 것 같은 그 착각이 좋습니다.


11월에는 그 냄새가 배겨있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네가 11월인지 곧 알아봅니다.


아시다시피 냄새는 백 년도 더 오래 사람을 흔드는 요술이니까요.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시를 얻고 싶을 때, 그때에도 이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11월이 다 지나가는 날에는 다시 보자는 말이 꼭 그렇게 맴돕니다.


한 마디만 해 줘라.


대답이 없어야 그 분위기가 어울립니다.


저는 불목하니가 되기로 합니다.


겨울은 누군가를 위해, 기다리기 위해 불을 켜놓는 계절입니다.


불 밝힐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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