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17

아침에,

by 강물처럼

아이가 물었습니다.


고등학교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느 곳을 고르는 것이 좋을지 망설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은 깊고 음성은 잔잔했습니다.


많이 중요하겠구나, 다시 물었습니다.


아이가 끄덕였습니다.



건우야,


그건 모른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는 많은 것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겠냐.


너는 이제 그것들에게 적극적인 시선을 던지려는 것이겠지. 그래서 망설이고 두렵고 초조하겠지.


사람은 생각은 많아도 한 곳에만 머물 수 있다. 거기에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 같아.


여기 앉아서 나와 이야기한다는 것은 다른 모든 이야기는 접어둔다는 뜻이다.


너는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할 수 있냐. 과연 지금은 너에게 그럴 만한 순간이냐.


냉정히 말해서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 그만한 사람이 못 된다.


굳이 내가 나서서 말하지 않더라도 네가 아는 뛰어난 사람들이 얼마든지 세상에는 가득하다.


너는 무엇인가를 선택했다. 누구나 하나를 선택한다.


다시 물어보자.


너는 그만한 사람이냐.


네가 선택한 것에 합당하고 어울리는 상대인가는 어디에서 물어볼 것이냐.


하나를 묻는다면 무엇을 묻는 것이 더 현명할까.


내 밖에 있는 것과 내 안에 있는 것 중에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어느 쪽이어야 하냐.



떨리는 것은 두 가지잖아.


하나는 공포, 하나는 설렘.


무엇이 너를 떨게 하는지 너는 알아야잖아.


그 떨림은 결국 네 안에 있는 것이 밖에 존재하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너를 안다는 말 없는 신호다. 깜박거리는 것이겠지. 조심하라든지, 기뻐하라는.



모든 상황은 가변적이다는 말을 다시 너에게 쥐여준다.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너라고 일러주면 나는 비밀을 누설하는 것일까. 너무 이른 것인가.


하지만 처음에도 말했듯이 한자리에만 우리는 머문다.


너는 어떤 선택을 묻고 있지만 나는 선택한 다음을 이야기한다.


자, 이렇게 가자.


학교가 좋아도 너한테 꼭 좋은 것은 아니고, 학교는 덜 좋아도 너한테 최선일 수 있잖아.


그러니까 나는 네 속에 뱃심과 포부를 채우자고 말하고 싶다.


네가 긍정적인 것으로 충만하면 어디서 무엇을 배우든 문제 될 것이 없다.


너는 그럴 자신이 있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마리아는 어머니십니다.


어미는 새끼를 예비합니다. 늘, 항상, 언제나, 모든 순간, 어느 때라도 잊지 않습니다.


순종 順從, 믿고 따르는 데에 그 힘이 있습니다.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듣고 자신의 목소리로 기도합니다.


그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대로 예수님을 잉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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