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37

아침에,

by 강물처럼

요즘 말하는 ´경계´를 사는 삶이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을 날마다 맞이하라는 뜻입니다.


어제와 같고 내일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이지만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특별한 감정을 간직합니다.


꼭 다시없을 것 같은 시간 앞에 선 기분이 듭니다.


사실 언제나 한 번뿐인 시간이었는데도 오늘은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고 결혼하고 죽었습니다.


스스로 의미 있는 날, 절로 깊어지는 날이 오늘입니다.


12월 31일, 그 해의 마지막 날에 선 기분이 어떠신가요.


올 것은 오고 말았다, 이렇게 올 줄이야, 네가 먼저 알고 지름길로 왔구나. 어허라.


저는 2 밀리미터 더 고조되는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매일 2021, 그러면서 시작했으니까요. 더 이상 2021이라고 쓰지 않을 것이, 마치 내가 매정한 듯하여 공기가 어색합니다. 내 앞에 앉아서 말이 없어진 올해라는 그 사연 많았던 시간에게 ´엽차´를 대접합니다.


지금은 쓰지 않는 말인데 내가 좋아하는 말이라며 엽차 그러면 옛날 생각이 저절로 나는 것이 신기하고 좋다고 말해줍니다.


지나간 것들에게는 이렇게 다른 것 말고 엽차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고.


그런데 그거 아냐, 이건 꼭 이렇게 투박하고 어스름하게 각이 지고 고동색같이 깊고 고요한 빛이 나는 컵이어야 해.


그것을 컵이라고 해야 할지 잔이라고 할지, 가끔 거기서부터 내 여행은 시작하는 거 같아. 흔히 말하는 추억으로 가는 그것 말이야.



소설 小雪이 흩날리는 오후를 걸어서 밤이 찾아왔습니다.


부지런히 걸어온 그를 나그네라고 부를까, 시간이여 그래야 하나 사람인 나는 서성거렸습니다.


수고로웠을 그의 어깨에 살며시 내 시선을 앉히며 조금만 더 귀찮게 합니다.


네 안에 있는 나는 좋았다.


모든 것이, 그러면서 사연 한 줄 적어볼까 하다가 그 어깨에 내리는 눈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


시간이란 너그럽구나.


말이 없던 것들이 그 어깨에 쫑알쫑알 달라붙어서 한 시절을 금방 짜냅니다. 저런 양탄자 하나 갖고 싶다.


허기진 사람처럼 냄새를 맡습니다. 나는 그 시간에 이스트가 되어도 좋아, 우리가 빵이 되는 이상한 상상으로 행복해집니다.


눈 오는 날 빵.


그렇게 시간이 세월이 되는 꿈을 꿉니다.



작은 하얀 것들이 훌훌 날아오르는 하늘이야, 내 꿈 하나 받아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도 소설이라고 적어봅니다.


나도 나이 먹었으니까 이제 손이 아니라 눈으로 그쯤은 적어낼 수 있습니다.


소설 小說 - 작은 이야기.


누구, 제 편을 들어주는 분이 그러시더군요.


매일 쓰는 그것이 소설 아니겠냐고.


저는 정말 소설을 쓰고 있는지요. 그것은 눈처럼 귀여운지요. 아니면 잘 사라지기라도 하는지요.


반가웠고 고마웠고 다정했던 얼굴들에게 문장으로 인사드립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요한 1:14



수고하셨습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내내 어여쁘소서.


<네이버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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