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는 선물, 강이의 선물

아빠가 쓰는,

by 강물처럼


강이에게 조촐한 축하를 해줬다. 작은 아빠네 식구들도 함께 박수를 쳐줘서 더 기억에 남을 듯하다.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어떤 일이었겠다는 느낌이 나중에는 생길 것이다. 그것은 부끄러운 듯하고 당당해도 좋을 것도 같은 묘한 감정이었을 수도 있다. 무엇인가 하나의 문을 열고 거기를 지나는 것 같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강이는 언젠가 글을 쓸 것이다. 강이가 지나는 모든 문들은 그 글들의 큰 입구가 될 것이다. 신비한 세계로 닿아있는 그 입구 말이다. 우리는 성심껏 그 여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하나씩 들고서 강이를 응원할 뿐이다. 어떤 여행을 할까.

강이는 여자라는 느낌을 품어갈 것이다. 그것이 꿈처럼 늘 동행할 것이다. 완성될 길 없는 그 무한한 출발을 예쁜 조약돌 위에서 시작하라고, 시작했다. 모두 박수.

어제 일기다.

그런 날이 올 줄은 알았다. 그러니까 이런 것.

교과서 내용을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내 집 안에서 적용시킬 때 생겨나는 차이, 그 거리는 멀지 않으면서도 질감은 상당하다. 질감의 차이는 물리적 거리 정도는 가볍게 무시한다. 무시되지 않는 진정한 거리를 세우면서. 흔히 접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그 거리를 누가 얕잡아보는가.

윤동주는 쉽게 쓰여진 시를 쓰고 괴리했으며 나는 먼 길을 갈수록 그날따라 여기 남아있는 오늘이라는 시간이 나를 괴리했다. 나는 좁혀지는데 거리는 좀처럼 가까워진 적 없이 늘 저만치, 그래, 산유화처럼. 저만치 피었다.

그나마 내게 좋은 것은, 내 팔자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저 아이 때문이다.

혼자서 피어 있는 것들은 그 감당을 어떻게 하나.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오늘을 나는 강이하고 나란히 바라볼 때를 희망하느라 격조하고 괴리하며 거리 두는 지금을 잘 견딘다. 그쯤이야 하고서 더 먼 곳으로 시선을 둔다. 해가 지는 서해 바다는 출렁이느라 내가 저를 옆에 끼고 아까워하는 줄도 모른다. 늘 한결같이 살아가는 저것은 나와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 혼자서 출렁인다.

출렁이면서 그 배를 타고 어른이 될 것이다. 강이는 생리가 시작됐다.

미안하구나. 여태 자맥질하는 법도 가르쳐 주지 못하고 너하고 웃고 떠드느라고 정신이 딴 데 팔렸었다. 물에서 떴다 잠겼다만 할 줄 알아도 조금은 덜 무서울 텐데 아빠가 무심했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아빠라고 부르지도 말고 혼자서 끙끙 심술이라도 부려봐라. 소한 小寒 지나고 대한 大寒이 코앞인데 나는 너를 코스모스처럼 부린다. 하늘하늘 높다란 하늘에 그렇게 어울리던 색이 있던가. 고개를 듬뿍 들어서 바라봤던 그 하늘, 푸른 냄새가 향기로웠던 공기를 꺼내는 나는 능청스럽다. 그것이 배 아프거든 열 번, 그리고 세 번쯤 더 아빠는 토닥여줄 마음도 있다. 너는 무엇이냐.

별스러운 사내를 아빠로 둔 너는 그게 뭐라고 세상에 다 널어버린 네 빨래들을 다 거둘 거냐. 얼면서도 마르는 그 꾸덕꾸덕한 우리네 이야기를 엮자면 엮겠느냐. 사립문처럼 만들어 볼 자신이 있냐. 거기에 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겠냐. 너도 손쉬운 듯 글자를 포개어 구름이 흐르는 정적을 그려보고 싶은 것이냐. 높다란 솟을대문을 과연 어떻게 대할 것이며 마당 깊은 집을 나서고 들 때에는 어떤 감정이 거기 합당한지 먼저 알고 일어설 테냐. 봉당에 우두망찰 서 있는 저 아낙을 너는 알아보겠느냐. 해가 지는 까닭이 너를 스산하게 하더라도 너는 낙조를 밝히고 싶으냐. 컴퓨터와 AI로 조선을 그린다면 무엇을 으뜸으로 다루어야 마땅할지 벌써 알아차린 것이냐. 모르더라도 가고 알더라도 가보는 그 착하고 어진 것을 너는 무엇이라고 부를 것이냐. 힘은 있느냐.

내 물음이 다 말라서 뻣뻣하기도 할 것이며 흠뻑 젖어서 고개 들지 못하는 날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때에도 나는 편지라도 써서 나를 알리고 너를 부를 것이다. 너는 대답하지 말고 세월만 살아라. 그때에도 우리는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는 그것을 같이 바라보는 축복이 함께 할 것이다. 글이 있으니까. 마음을 전할 줄 아는 글을 쓸 테니까. 네 여정에 보태어 쓸 것들을 나는 여비하며 즐거워한다. 덕분에 나는 복스러워진다. 너는 나는 듯이 다가와서 나는 듯이 떠나라. 물결이 보기 좋다. 창해 蒼海에 뜨는 일속 一粟이 근사한 날이다. 브라바 Brava, 브라바 Brava, 꽃들의 섬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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