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年 詩 / 조병화
흰 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그 無限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大地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永遠한 日月의
永遠한 이 廻傳 속에서
약속된 旅路를
同行하는 有限한
生命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사랑으로 더욱더
가까이 이어져라
- 우연이 아니다. 길에서, 조병화 시인을 만났다. 젊은 날 베껴 쓰던 이별을 이렇듯 흰머리가 나고 그가 떠난 곳에서 마주치고 말았다. 오랜 그러나 오래지 않은 세월이 다만 불었다가 그치고 불었었다고 뒤에 남은 어떤 이가 그리 말하더라고 나도 전하리다. 그때 전하리다.
설날 지난 오늘 아침에 쓴 묵상에서 그대로 조병화 시인이 묻어 나왔다니. 조심스럽고 참신한 일이다. 옳고 투박한 일이며 등선이면서 골짜기를 타고 오르며 내리는 길이다. 잘 됐다. 그러니 잘 됐다고 말한다. 시가 사람을 닮아간다. 걸음이 걸어진다.
2022, 0202
곧 날이 밝아올 것입니다.
설날, 눈이 내린 설날이었습니다.
두루 안녕하셨는지요.
1월 1일에는 몸이 저절로 시작했습니다. 무엇인가 새롭고자 하는 기운이 천지에 가득했습니다.
거기에 나를 맡기고 거대한 순환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큰 바퀴가 돌고 그 안에서 음력 설날을 맞고 다시 작은 바퀴 하나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무엇을 시작해 볼까 싶습니다.
어떤 것은 짧은 주기를 갖고 태어나고 또 어떤 것은 그보다 크거나 오래가는 주기를 갖습니다.
각각의 역할에 어울리게 - 그것을 조화롭다고 하면 편안해집니다. - 크고 작은 회전들이 큰 회전을 이룹니다.
다시 그 큰 회전이야말로 가장 작은 움직임이 되어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흔들림을 재울 것입니다.
토닥토닥, 바람이 부는가 보다, 눈이 내리나 보다, 1970년이었나 보다, 2060년이었나 보다.
그래서 어제 잘 보내셨다니 그것이 좋아 보입니다.
누구는 아메리카노 향기를, 누구는 미주 米酒로 음복하면서, 누구는 엿기름을 잘 삭인 식혜를 앞에 놓고서 춤을 추었을 것입니다. 회전은 춤사위를 닮았습니다. 더욱이 마음이 뛰놀기로 하면 그 만한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세배를 하고 동글동글 한자리에서 구르는 것이 밤톨 같았다면 나는 그들을 감쌌던 밤송이, 내 가시를 다 보듬었던 밤나무는 나보다 먼저, 그리고 오래 살았던 선인 善人들. 그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딛고 섰던 땅과 그 땅의 회전 廻轉, 계절의 순환. 다시 올 옛날.
아무래도 저는 섣달 그믐날 남매탑을 보고 온 것이 무척 잘한 일인 듯싶습니다.
나도 모르는 시절을 더듬거리는 이 병 病이 계속 밝아질 것 같아서 좋습니다.
좋은 것이 좋을 때를 만나서는 몸을 일으키고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형상입니다. 공옥진의 병신춤도 좋고 학춤이라면 또 어떨까도 싶고. 여하튼 지고지순하여야 춤이 됩니다. 손이 자유로운 춤, 발이 구름 같아서 걸리적거리지 않아서, 춤이 되는 동작들. 그 동작을 부리는 숨소리를 듣습니다. 슈베르트의 가곡처럼 듣습니다. 아, 봄꽃이 나오는 대로 남매탑에 찾아가 헌화하고 싶습니다. 그 뒤로 긴 길을 하루 낮은 걷고 하룻밤은 즐겁게 경배하는 회전을 일으킬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