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it be , 지켜본다는 것은.

아빠가 쓰는,

by 강물처럼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이 Let it be!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유대인의 자녀 교육은 오래전부터 세계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부모들 또한 자녀 교육에 관해서라면 모두가 나름 전문가다운 솜씨를 발휘한다.

어느 나라 부모들이라고 자기 아이의 교육에 무관심할 수 있겠는가?

다들 자기보다는 나은 사람으로 자라고 더 좋은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 인류가 시작하고 끝나는 날까지 이어질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는 부모가 되는 것을 어디에서 배웠을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어서 모르는 게 많았어.'

언제 들어도 가슴 뜨거워지는 고백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감동을 전한다.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고 다시 고쳐 풀면서 학교를 다녔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또 외우면서 배웠다.

하지만 아빠나 아버지는 어떤 것인지 어떠해야 하는지 단 한 시간이라도 배워본 적이 없다.

저절로 되는 것이고 때가 되면 다 아는 것이라지만 한 사람의 생(生)이 나에게 업혔다가 땅에 발을 딛고 일어서는 일을 그렇게 손 놓고 하늘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대인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런 식으로 묻는다고 그런다.

‘오늘 너는 어떤 질문을 했어?’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아마 이렇게 물을 것이다.

‘오늘 너는 뭐 배웠어?’

서로 같은 말인데 뭘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당신은 나와 닮은 대한민국의 아빠다.

나와 비슷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왔고 학교 공부를 했으며 나처럼 어느 날 부모가 되었고 자녀교육은 저절로 되는 것이라 여기는 부류다.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 말은 빠르고 정확하다.

시간의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다.

여지를 남기지 않는 직선이다.

그리고 그것은 묻는 사람을 위한 물음으로 끝난다.

6살 아이에게 오늘 뭐 배웠냐고 물으면 영어라고 대답한다.

영어에서 뭐 배웠어? 하고 다시 물으면 플라워(flower)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물어본 사람이 성에 차지 않아서 또 뭐 배웠는데? 다시 묻는다.

은연중에 아이를 점검하는 것이다.

순전히 자기의 만족을 위해서. 나도 그랬다. 우리 아이가 영어 알파벳을 읽고 다른 아이보다 더 많은 것을 알 때, 흡족했었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했는지 물으면 아이는 어린이 집에서 놀던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고 생각을 이어간다.

여전히 놀이 중심의 사고를 하는 것이다.

잠자리를 그려도 되냐고 선생님한테 물어봤다고 그런다.

그럼 어떤 그림을 그리는데 잠자리를 그렸어?라고 묻게 된다.

그렇게 물어도 아이는 아직 자기 이야기에서 헤어날 마음이 없어서 여전히 자기 식대로 대답한다.

잠자리 날개를 빨갛게도 그리고 파랗게도 그렸어!

나는 가만 앉아서 아이가 색칠 공부를 했던 장면을 다시 보기 하듯이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질문의 크기가 사고(思考)의 크기를 결정한다.’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나는 거기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생겼다.

‘질문의 방법이 애정(愛情)의 깊이를 보여준다.’

곡선은 돌아가지만 더 많은 것들을 구경하게 해 준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위한 의식이다.

다양한 것들이 꼭 필요한 시기가 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특히나 더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살면서 스피드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이다.

빠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니까 어린아이에게도 뭐든지 서둘러 선행(先行) 시켜야 한다면 그 아이는 영영 곡선의 묘미를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거야말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선행(善行) - 착한 교육 -의 기회를 잃고 마는 것이다.

버릇처럼 나오는 말, 오늘 뭐 배웠어? 여전히 내뱉고 만다.

그러나 곧바로 말을 바꿔서 나는 묻는다. 그래서…… 오늘 어떻게 지냈는데?

어떻게 친구한테 말했어?


Let it be

우리들 모두가 잘 아는 노래다.

그 말이 떠올랐다.

좀 더 우리들 쪽으로 가까이 노래를 앉혀본다.

그리고 다시 듣는다.

가만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가만 기다려 보는 것이 더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와 하루를 같이 보내다 보면 온갖 것들을 경험한다.

천사처럼 예쁘다가 원수처럼 미워 보이는 데까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밥은 챙겨줘야 하고 또 생선 가시도 발라줘야 한다.

마지막에는 물도 미지근하게 섞어서 대령하고 조금씩 마시라는 당부도 해야 한다.

내버려 두는 것도 큰마음이다.

하지만 니 맘대로 해, 나는 모르겠으니깐! 이런 식으로 내버려 두는 것은 정말 내다 버리는 것이다.

마음이 많이 힘들어서 내다 버리고 싶을 때에는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사랑이다.

거기서 더 분발하자면 똑같은 행동, 내버려 두는 것이지만 마음은 널 향하고 있어, 라는 기다림이 보이는 내버려 두기!

이것이 교육의 차원으로 승화되는 Let it be 가 되는 것이다.

CCTV에서는 마음까지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

세상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요즘이다.

내버려 두기와 기다리기를 구분할 수 있는 감시카메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아이는 안다.

아빠가 1등 아이의 아빠가 되고 싶어서 그저 마음이 바쁜 것인지 아니면 자기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운 것인지.

그리고 선생님이 하도 짜증이 나서 드디어 나를 내버려 두는 것인지 그래도 우리 선생님은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것인지.

CCTV보다 더 정확한 마음으로 아이는 순간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것이다.

교육이란 말이 참 어려운 말이다.

고단하고 힘든 말이다.

기다림이란 말이 그렇다.

내버려 두면 밥은 탄다.

기다려야 밥이 익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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