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버이날´을 맞아 이 땅의 아버지와 어머니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립니다.
모든 순간이 수고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비 내리는 설악산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권금성에라도 올라볼 계획은 기약 없는 다음으로 미뤄졌습니다.
무슨 후회라든지 아쉬움 그런 것은 배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 누리려고 길에 나선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 다녀도 티격태격합니다. 길게 줄을 선 초당 두부집에서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손님들 사이에 옥신각신 다툼도 있었습니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배우고 또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보여 주면서 살아갑니다. 우리는 과연 신선 神仙도 아니고 성인 聖人도 아닙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들 옆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인가 봅니다. 강원도를 배운다면 사람이 더 근사해질 것 같다는 생각으로 빗길을 달렸습니다.
날짜를 잊고 무슨 요일인지 헷갈릴 즈음에 주문진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좁은 공간 사이를 비집고 곡예 운전을 하듯 다녔던 속초에 비하면 여기는 한적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BTS, 방탄소년단의 앨범 재킷 촬영지였다는 바닷가 버스 정류장에서 강이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푸른 파도가 늘 인상적인 바다, 동해를 배경으로 우리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강이는 이름이 한 글자라며 한때는 고민이 많았다고 그랬습니다. 친구들이 머리에 생기는 ´이´, 이빨 빠진 ´이´ 그러면서 놀리는 것이 싫었다고 합니다. 그런 강이에게 스승님을 뵈러 가자며 강릉 오죽헌에 들렀습니다. 거기는 한국식 정원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일본식 정원에 익숙해진 내 눈이 오래전에 헤어졌던 옛 친구를 알아보는 듯했습니다. 배롱나무들이 우리의 해후를 반겼습니다. 율곡 이이 李珥. 너의 스승님이시다. 인사드려라, 강이 姜怡.
대나무가 검다는 것만 기억할 듯합니다. 그것으로 괜찮습니다. 앞으로 누가 이름 갖고 놀리더라도 전보다는 의젓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대관령 고개를 넘으면서 재미난 일을 겪었습니다. 터널을 지나고 나니까 거기는 빛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비는 그쳤어도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고 애들 엄마는 일도 많은 사람이어서 그만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내비게이션에 도착지 정보를 수정했는데 거기는 화창했습니다. 그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평창에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바다를 보고 달려온 마음들이 산정 높은 곳에서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멀리멀리 바라봤습니다. 거기에서도 ´도깨비´가 머물렀다며 우리는 오늘 우연찮게 두 군데에서 마주친 ´도깨비´를 신기해했습니다.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주문진항을 따라 내려가다 파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도깨비에 나왔던 거기입니다. 우리도 거기 합류했습니다. 도깨비 같은 사람들, 가족이야말로 그런 인연들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간의 문을 열어 가면서 지금,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싶은 사람들입니다. 휴대폰을 많이 본다고 내가 화낼 일은 아니었습니다. 작은 도깨비들이 먼 훗날 그럴 것입니다. 아빠가 화내고 나가면 엄마가 저희들 잠들 때까지 달래줬다고.
일요일, 주일 아침입니다.
다시 코 고는 소리가 작고 여리게 들리는 곳입니다.
밖은 환하고 멀리 오렌지색 지붕들이 빼곡한 대관령입니다.
곧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으러 나갈 것입니다.
계획했던 일은 아니었는데 강원도 나들이는 시작과 끝이 성당에서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연풍 성지에서 봤던 그 중후한 십자가 그리고 대관령 성당 마당에 서 있던 예수님.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 요한 10:27
오늘은 여기에서 미사에 참석하겠습니다.
면도를 사흘 동안 하지 않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니까 그나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머리도 길렀는데 수염까지 기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