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2-1

은유

by 강물처럼

2022, 1028, 금요일


사명을 간직한 이는 사도가 됩니다.

사도는 떠나면서 돌아옵니다. 파도와 같습니다.


바다를 전하는 파도, 바다는 파도의 시작이며 파도는 바다의 끝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같으며 예수님과 제자 같습니다. 거기에 기쁜 소식과 메신저 바로 복음과 사도의 모습이 투영됩니다.




처음 한 해는 아픈 사람들의 일상을 버무려 식탁에 내었습니다. 경험한 적 없는 요리여서 아무런 조리법이 없었습니다. 다만 주방에 나 혼자 있으니까, 내가 만들어야지 싶었습니다. 그것은 드레싱부터 만들어야 하는 샐러드였습니다. 환자들은 먹을 것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으니까 색이 예쁜 과일과 채소를 골랐습니다. 입에 들어가는 모든 먹을 것에 양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소금이겠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걷기만 해도 사람은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그 요리에 담았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변하는 것입니다.




바닷가의 작은 파도, 큰 파도, 절벽과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 신부님이 치는 종소리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심장 뛰는 소리.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그에게 시를 가르쳐준 칠레의 망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위해 녹음한 것들입니다. 한순간 마음을 뺏긴 베아트리체에게 보여줄 시를 써달라던 마리오, 그런 마리오를 달래며 ´은유´를 이야기하던 네루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 나오는 장면들입니다. 마리오가 녹음한 것들은 ´섬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여자들을 꼬시고 싶은 마음에 시를 배우겠다며 우편배달부까지 지원했습니다. 글쎄, 파블로 네루다가 내가 사는 동네에 살기로 했다면 그 정도 모험은 귀여운 편에 속할 것입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의 시를 훔치고 싶었을 것입니다. 결국 마리오는 시인이 됩니다. 그러나 글로 쓴 시가 아니라 그의 삶이 그를 시인이 되게 합니다.




´은유´는 우유 빛깔입니다.


그것은 단풍색이며 하늘색이고 천연색입니다. 자연에서 얻는 염료입니다. 노을 담은 홍화씨, 쪽빛이 나는 푸른 이파리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물들이는 일, 색이 터져서 번져가는 맛이 은유에는 있습니다. 그것이 쌓이면 종유석이 됩니다. 신비로워집니다.


복음은 세상 끝나는 데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그것이 시간이든 공간이든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1년 반쯤 지나면서 저도 복음을 따라 적었습니다. 목적지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배가 균형을 잃지 않게 평행수가 필요했습니다. 적절한 수심을 유지하는 일은 사람이든 배든 중요한 일입니다. 내가 가볍거나 무거울 때 복음이 나를 지켜줄 것을 믿고 바다에 나갑니다. 그렇게 출항해서 곳곳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16일은 송학동 성당에 메시지를 전달한 지도 3년이 됩니다. 가장 오래된 손님은 고창에 사시는 그분입니다. 택배 사장님이 돌아가시기 전부터 메시지를 받아주시던 분. 얼마나 되었을까요. 4년 반.


그렇게 전도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예수님 말씀을 앞에 적어 놓으면 그다음은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5살쯤 먹은 아이가 됩니다. 오타도 내고 시제도 틀리고 횡설수설하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게 썼다가 혼자서 감탄하기도 하다가, 그러면서 내가 변하는 것입니다. 먹을 가까이하고 있으니 흑색을 먹습니다. 내 머리털과 눈썹은 희어지는데 검게 그을리는 것들이 따로 생겨납니다. 그러니까 복음은 제 몸을 전도하러 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아마 신장이나 그 아래 동네를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3번이 중요하고 그리고 10번, 거기부터는 매 한 번이 중요했습니다. 지금은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어서 편합니다. 그러나 내가 허락한 것이 아니라 늘 허락을 받습니다.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를 수 있어서, 갈 수 있어서, 만날 수 있어서, 먹을 수 있어서, 잠잘 수 있어서,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어서, 거기 안에 있습니다.




더 잘하라고 그러지 않았는데 그러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복음´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만들고 사명이 사도를 만듭니다.


복음이 사람을 만드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