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는,
3시에 잠에서 깼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에 떨어졌다가 이렇게 새벽녘에 눈을 뜨면 감사하다.
마치 직장에 나가는 사람처럼 슬쩍 마음이 바빠진다.
오늘 새벽에는 무엇을 쓰게 될까.
어떤 기도를 시작하게 될까.
막 잠에서 깬 사람이 품기에는 꽤나 지고지순한 주제들이 내 안에서 몸을 푼다.
그래서 행복한 것 같다.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내가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는 것만큼 기분 넉넉해지는 게 또 있을까?
새벽에 내가 하는 맨 처음 하는 일에 나는 빠져있다.
편안하게 유영游泳하면서 새벽을 날아다니고 있다.
사람들을 방문하고 있다.
잠자고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나눠 줄 아침 우유를 배낭에 넣고 두툼하니 채비를 하고 멀리까지 나가본다.
신선했으면 좋겠고 고소해서 영양가도 있다면 더 좋겠다.
그래서 기도를 할 때 '기도'를 하면서 기도를 한다.
음악이 나를 도울 것을 믿고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조금 신경 써주시기를 내심 바라기도 한다.
오늘 새벽에 나를 도운 사람은 우리 딸, 강이다.
<아빠에게>
아빠 바른 목장 요구르트는 하나 먹었어요.
제가 하나 남겨 놨으니까 아빠 먹어요.
그리고 이제부터 과자 먹고 아무 데나 버리지 않을게요.
죄송해요.
아빠 사랑해요. 그리고 힘내세요.
뒷면,
그리고 몸 아프지 마세요.
저하고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요.
아빠 사랑해요.
주의 : 편지는 마음속으로 읽어요.
바람이 통하면 썩지 않는다.
풍장風葬을 처음 봤을 때 경건했었다.
내 삶이 저처럼 바람에 한 올 한 올 쓰다듬기다가 멀어져 가기를 잠시 꿈꿨었다.
죽어서도 바람이 지나는 소리가 음악 같아서 눈물이 날 거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바람 부는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섬으로, 높은 곳으로, 먼 곳으로.
딸은 어느 곳에 있어도 꼭 목울대 근방에 머물고서 나를 움켜쥐는 존재다.
바람이 그런 내 머리칼에 손을 넣어 흔든다.
아득하냐.
아득히 사랑하느냐.
아득히 사람이 마음에 접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