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47-1

기적을 믿지 않으면

by 강물처럼

2022,1115, 화요일


주하는 6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무리가 없는 성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편입니다. 또래처럼 간혹 욕도 하고 - 욕을 하긴 하는데 버릇처럼 나오고 마는 것이라 악감정은 없고 소리만 나는 욕입니다. 참고로 집에서는 절대 욕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며 너스레를 떱니다. -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순한 양 - 아이들은 이 부분도 다룰 줄 압니다. 상대에 따라 겉모습이 달라지는 일종의 변검술도 부릴 줄 아는 존재들입니다. -입니다. 아이들하고 접하는 면이 많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자기감정´입니다. 자기감정을 갖고 있는지 - 생각보다 모방된 감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마저 제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자기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다루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편입니다. 마음대로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하기에 제 관심이 거기에 자주 닿고 있습니다. 파도처럼 철썩이며 바위를 흔들고 있습니다. 감정은 바다에서 튀어 오르는 물고기 같습니다. 어떤 감정은 고래, 고래 중에서도 노래하는 혹등고래나 대화하는 돌고래, 어떤 감정은 산호초, 산호초들도 소리를 낸다는 것 아시나요? 시끄럽게 떠드는 산호초들 사이에 물고기가 더 많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건강하다는 신호라고 합니다. 그 소리를 담아다가 말라가는 - 그쪽 용어로는 ´표백된´ - 산호들 사이에서 들려주면 다시 색이 돌아오고 건강을 회복하기도 한대서 신기했습니다. 거북이 같은 감정은 또 어떤 것일까. 심해어 같은 희귀한 물고기들이며 문어, 낙지, 해파리, 해마 같은 특이한 모양의 감정들도 얼마든지 헤엄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수족관 안을 헤엄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끼 청소를 좀 해볼까 싶기도 하고 플라스틱 병이나 비닐이 어디 떠다니지는 않나 살필 때도 있습니다.




그런 주하가 어제는 기적 Miracle이 나오는 문장을 보더니, 기적 같은 것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참견을 했습니다. 전참시 - 전지적 참견 시점.


기적을 믿지 못하면 사랑도 믿을 수 없는데 어쩌냐?


그러면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확률에 대해서 아주 조금만 이야기해 줬습니다. ´지금´이란 말을 나는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서 무척 당황스럽다. 늘 ´지금´이란 말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긴장된다. 지금은 무엇이지?


6학년들은 이렇게 하면 자세가 좋아집니다.


´지금´은 시간이면서 공간이야. 이 시간을 만날 수 있는 확률과 이 공간에서 함께 있을 수 있는 확률은 아무도 계산하지 못해.


그러면서 쓸데없이 칠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시간과 공간을 곱하기했습니다. 그러고도 물론 끝은 없었습니다. 넓어질 대로 넓어지고 멀어질 만큼 멀어져도 얼마든지 더 갈 수 있는 식에서 우리는 정말 먼지보다 더 작아지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먼지가 하나의 먼지를 만나서 사랑을 한다? 그게 가능해? 아이들은 깜빡거렸습니다.




자, 근사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 타이밍에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말을 꺼냈습니다.




¶ There are only two ways to live your life. One is as though nothing is a miracle. The other is as though everything is.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만이 있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Einstein




생각난 김에 ´엄마´에게 메시지를 하나씩 보내게 했습니다. ´엄마는 나의 기적이야´, 이런 말 평소에 잘 못하는데 내 핑계를 대면서 보냅니다. 그럴 것 없는데도 감정이란 것이 방패막이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고서 저희들끼리 동시에 보내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갈 즈음에 주하가 소리쳤습니다.


´어? 엄마가 보냈어요.´


´하트예요.´


옆에 있던 보경이가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어? 진짜, 기적이 사랑으로 돌아왔어요!´


다들, 그럽니다.


대박.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루카 19:10




예수님은 찾아다니십니다. 구원하러 찾아다니십니다. 무엇인가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소방대원을 불길에서 구하고 구급 대원들은 위험에서 구하고 부모는 자식을 구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고 사람이 세상도 구하고 사람이 진리를 구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팀입니다. 기적이 거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