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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Dec 08. 2022

기도 66-1

하늘은 이슬을 내리소서

2022, 1208, 수요일



¶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마태오 1:19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또 다른 어떤 것들을 하지 않습니다. 할 줄 모른다고 하는 편이 더 맞습니다. 카톡으로 묵상을 적어 보내는 것 - 어차피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 그러려면 SNS 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습니다. -과 다를 게 뭔가 싶어서 나도 해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내 촌스러움은 이런 순간에 나를 돕습니다. 잠망경처럼 깊은 곳에서 올라와 인근의 동정을 살핍니다. 그리고 그대로 잠수합니다. 세상은 좋아 보이지만 내가 편한 곳은 아닙니다. 가끔 가져다 쓰는 소월의 시, 산유화에 나오는 세상,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저만치´를 아낍니다.




¶ Because Joseph her husband was a righteous man and did not want to expose her to public disgrace. he had in mind to divorce her quietly. Mattew 1:19




같은 대목입니다. 의로운 사람과 남모르게는 사촌쯤 되어 보이는 말입니다. 그 두 말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서 일부러 펼쳐봤습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선거 시즌만 되면 등장하는 사진이 생각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장애아들을 찾아가 안고, 씻기고, 돕는 모습들 말입니다. 얼마 전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조명이 몇 개? 같은 기사들 말입니다. 나도 그럴까 봐 조심합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지 못하고 없는 것을 없다고 하지 못할까 봐 자리를 피합니다. 나는 믿지 못하는 것은 누구인가 싶습니다.




내 속에 조용히 담아 놓은 것들을 꺼내면 얼마나 될까. 그것은 있기나 하나?


요셉 성인은 그랬을 것입니다. 속에 남긴 것들, 그러니까 남모르는 것들을 이스라엘의 사막에서, 갈릴리 호수에서 바람에 날리며 살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자라는 것을 지키며 바람이 되어 갔을 것입니다. 묵묵한 것들은 의연할 줄 압니다. 햇살이 고즈넉하게 내리던 나자렛 목수의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 믿음은 거기 머물고 있습니다.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며 꽃을 피우는 믿음이 그 얼굴에 있습니다. 믿음이 얼굴에서 숨 쉽니다. 얼굴에 꽃이 핍니다. 얼굴이 꽃이며 믿음입니다. 그 얼굴에 마리아는 얼마나 마음을 놓았을까요. 근심 속에 그늘졌던 요셉의 얼굴들, 남모르게 혼자서만 알고 지키기로 했던 얼굴들, 분노할 줄 모르는 그 얼굴들을 눈처럼 내려 주시기를, 그 눈을 맞으면서 사막을 걷는 꿈을 꿉니다.




오늘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어떤 인연으로 조선 교구의 수호자로 마리아를 교황청에 요청했을까요. 1838년 그레고리오 16세 교황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대림 시기에 즐겨 듣는다는 노래를 수녀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이럴 때 말을 알아듣고 싶어서 내 감각들은 흔들립니다. 목마른 새가 물가에 든 것처럼 잔 물결이 내 얼굴에 퍼졌습니다. 오래 들었습니다. 이슬 주일이라는 말 예쁩니다. 로라떼 주일, Rorate Sunday, 대림 네 번째 주일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그날 미사에서 부르는 성가는 Rorate caeli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하늘은 이슬을 내리소서.´ 아, 눈이 내리고 얼굴에 내리고, 이슬이 내리고 마음에 내리는 세상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대림 待臨은 기다림으로 내가 되는 기다림이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온통 하얗게 종소리가 됩니다. 그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사울은 바오로가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나머지 삶을 자신이 박해하던 믿음을 위해 바칩니다. 그는 끝없이 걷고 끝까지 편지를 씁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을 앞에 내놓고 오늘 문을 열까 합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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