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 / 정연복

시의,

by 강물처럼

아이와 어른 / 정연복


아이들은

잘 울고 잘 웃는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펑펑 울고 꽃같이 웃는다

아이들의 생명이

늘 푸르고 싱싱한 이유다.

어른들은

잘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눈물샘이 메말라 있고

웃음보따리도 조그맣다

어른들의 삶이

시들시들하고 퍽퍽한 이유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은

발전인가 퇴보인가?



우선 그 노래 먼저 듣자.

And To Each Season, 지금부터는 가을이란 말이 멀어지는 날까지 이 노래가 그대를 그윽하게 세월을 지나 물들게 할 것이다.

잠시만, 일부러 그대를 멈추게 하고 그 영혼에 불러주듯이 한 자락 노랫말을 적어두고 싶다.

You men of fortune old men forgotten 젊은이들에겐 운이 깃들고, 생의 뒤안길로 잊히는 노인들

green buds renewing 초록 봉오리는 새로이 싹을 틔우고

the brown leaves dead and gone 갈잎은 서서히 소멸해 갑니다.

Deep down in autumn all of the brown leaves 가을이 깊어지면 모든 갈잎들은

fall on the garden and cover up the lawn 정원에 떨어져 내리며 뜨락을 덮어갑니다.

Let us remember each year in turn then 자연히 우리는 한 해 한 해를 기억할 거예요.

When there was sun enough to cover up the wrong 우리 잘못을 덮어줄 햇살 가득한 그 시절을.

가을에는 '아이'가 되어야겠다.

여름에 비도 내리지 않았는데 나까지 퍽퍽하게 굴면 안 되겠다.

아침이슬 내려앉은 풀숲에 서면 한번 울어봐야겠다.

아침은 울고 싶어도 쉽게 울어지는 때가 아니지만 남의 눈치 보는 일 없이 울고 웃어봐야겠다.

눈물샘이 메말라 우는 일도 없이 살면서 남 우는 꼴도 못 보는 나는 '어른'인가.

5학년 아이가 잠자리에 누워서 뒤척이더니 끝내 훌쩍거리면서 우는 것을 1분, 2분 세면서 참았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가 생각나서 눈물이 저절로 난다고 우는소리를 하는 녀석을 참는 것이 내숙제였다.

나는 무엇이 참기 힘들었던 걸까.

"네가 울면 9살짜리 동생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

과연 이 말은 아이를 진정시킬만한 말이었던가.

낮에는 아래층 신경 쓰이니까 뛰지 말라고 또 그 말하면서 1번, 2번 세면서 참았으면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저희들끼리는 이마에 땀이 맺혀도 희희낙락인 것을 '어른'인 내가 말린다.

그만 놀아라, 그만 집에 가자, 그만 해라.

잘 웃고 잘 웃지 못하는 나는 '어른'이 맞다.

진짜 어른이 아니라 짝퉁 어른이다.

짝퉁이 잘 웃고 잘 우는 아이들을 가르치려 드니 눈에 힘만 들어가고 말에는 영양가가 빠진다.

바보 같은 일이다.

가을이 오는 일은 쉬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기다리는 일이 쉬운 일이면서 어려운 일인 것처럼.

'어른'이란 그런 것 아닐까.

쉬운 문제를 어렵게 풀어가면 안 되는 존재.

아니 오히려 어려운 것마저 쉽게 풀어가야만 하는 존재.

사람들은 반야般若의 지혜를 부러워하면서 올바르게 한 걸음 떼고 싶겠지만 아침 바람결에 한수 배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우리 아이들은 평소에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웃고 울고 있었는데 나는 몰랐던 것이다.

"아빠, 웃어 봐"

"아빠는 표정이 하나밖에 없어."

아이들이 그동안에도 끊임없이 나에게 가르쳐줬었던 말들이 오늘 아침에서야 고맙게 노크소리를 낸다.

'똑똑!'

그래, 내가 문을 닫고 있었구나.

문門부터 활짝 열어 놓고 앉아있을 걸 그랬네.

로드 멕퀸 Rod Mckuen의 음성과 노랫말을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가을맞이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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