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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Dec 16. 2022

기도 73-1

Stella

2022, 1216, 금요일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한 일이 나를 증명한다는 말씀은 귀합니다.


나를 이루는 것은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내가 해왔던 일들, 그 일들이 모여서 내가 된다.


내가 되는 ´것들´과 내가 되지 못하는 ´것들´로 12월의 새벽을 따뜻하게 데워 놓겠습니다.


사람이 별을 닮지는 않았어도 별을 담았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무엇인가 안심이 됩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우리도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 손가락이 대단해 보입니다. 내 손등을 지나는 푸른 혈관들과 엄지손톱, 마룻바닥에 대고 엇갈려 놓은 발도 저 빛나는 별에서 쏟아진 가루로 만들어졌다니, 불을 끄고 반짝거리는지 살펴보고 싶어집니다. 사인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브라운관에 나오는 스타만 Star가 아니었다니, 꽤 유쾌한 일입니다. 씨엘 Ciel, 하늘이 담긴 C. 우리가 옮겨 심으려는 하늘은 어떤 모습인가. 사람이 갖고자 하는 천상의 Celestial 것들은 무엇인가. 이미 별인 것을. 그대, 별인 것을.



그러나 별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원소가 나를 이루지만 그 원소들로 나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인공 지능은 만들어도 나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얼마든지 복제가 되더라도 나는 더 이상 없습니다. 내 별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다시 흩어져서 만날 것입니다. 가시광선 너머로 사라지지 않고 끝없이 해후할 것입니다. 우주는 그래서 넓어야 합니다. 사람들도 물고기도 나무도 별을 만나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맨 처음은 그리운 법이니까요. 나의 시작, 시작의 시작들, 태초가 되고 태동이 되는 발화를 향해서 가는 여행. 거룩한 노래입니다. 삶은 땅 위에서만 숨 쉬는 활동이 아니라 공간에서, 공간 속의 공간에서 열렬히, 그리고 부지런히 발길질하는 두드림, 노크, 손뼉입니다. 하느님이 무지개를 띄워, 오고 가는 영혼들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저 별까지 다녀오너라. 나는 한달음에 여기 왔습니다. 별이 다녀간 흔적을 어떻게 남겨야 할까요. 다음에 들를 별들이 아직도 많은데 여기도 참 예쁩니다.


¶ 눈 내리는 밤 - 강소천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나의 주인 되는, 내가 나의 왕이 되는 이야기를 어제  했습니다. 나그네가 좋은 이유는 그것입니다. 나를 살아보는 일을 잘합니다. 청소를 하고 출근을 하고 결혼을 하고 돈을 벌 듯이 나로 살아봅니다. 가능한 성실하게. 내 이야기는 하느님이 쓸 것을 압니다. 그것이 전지적이란 말이 될 것입니다. 나를 주인공으로 - 꼭 그렇지 않더라도 - 하느님께서 한 글자씩 철하실 것입니다. 내가 한 일들을 한데 모아 꿰맬 것입니다. 그리고 파견하실 겁니다. 그다음 별로. 벌이 아니라 별로, 이것이 제 바람입니다.



나그네는 바람을 쌓아 구멍이 됩니다. 그곳으로 별들이 흐릅니다. 나는 그 별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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