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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Dec 29. 2022

내년에는 나이를 안 먹어

아기 같은 아기가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내년 6월부터 적용된다는 '만(滿) 나이', 그거 맞지?

우리나라 민법상 표준이 되는 나이, 만 나이. 그거, 그러니까 한 살 더 적어지거나 두 살까지도 깎일 수 있다는 그거!

엄마가 뭐라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강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그럼, 나 내년에 다시 4학년 되는 거야?"

강이의 세상은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을까.

그것이 좋으면서도 야무지지 못한 것 같아서 내심 걱정스럽다.

그래도 내가 믿는 것은 착한 것이 좋은 거라는 단순한 진리다.

강이는 제 오빠가 혼날 것 같으면 같이 발을 동동 구르고 마음을 졸인다. 아빠하고 엄마가 사이좋게 떠들고 있으면 마음이 꽃밭이 된다. 식구 중에 누구 하나 아프면 걱정 인형을 옆에 끼고 자면서 기도를 한다. 이것도 할 줄 알고 저것도 할 줄 알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떤 마음인가. 우리는 그렇게 위대하지 못하다.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사람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무덤덤하게 살라는 말처럼 무덤덤한 말이 있을까.

나는 여태 강이가 누구를 미워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 말을 듣지도 못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학교에 가려고 머리를 빗는 아이 뒤에서 그랬다.

"강이야, 어제 숙제하느라 손이 많이 아팠지?"

당연히 아팠지, 그러면서 거울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하지 않았잖아?"

몸은 커가는데 마음이 아기 같은 아기가 그런다.

"아하, 뭐라고 하고 싶었었네, 그랬네!"

평화롭게 지낸다는 말은 지지 않는다는 말일까, 일부러 진다는 말일까.

강이는 초등학교 졸업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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