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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Jan 12. 2023

기도 92-1

충성스러운 loyal

2023, 0112, 목요일



저, 이야기 소재가 떨어진 거 같습니다. 38분을 앉아 있는데도 한 글자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초조해지는 것도 없이 멀뚱히 시곗바늘 소리를 감상하는 것이 나 아닌 다른 사람 같습니다.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올까 싶습니다. 지금 04:43




05:53


아침 7시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제시간에 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세 마디 말은 무엇일까요? 그 사이 잠깐 다른 기사를 보면서 이런 표현이 있었거든요. ´ loyal, driven, and optimistic ´, 우리말로 하면 ´성실, 적극성 그리고 낙관주의´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은 자신을 제법 잘 표현하는 듯 보입니다. 우리는 아이든 어른이든 자신은 어떤 사람 같냐고 물으면, 이런 말을 우선 듣게 됩니다. ´뭐, 그런 걸 물어? ´


아마 우리 학생들에게 loyal에 대해서 물어보면 열이면 아홉이 ´충성스러운´, ´충실한´ 그럴 것입니다. 그러면서 왕을 나타내는 위풍당당한 royal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성실하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 diligent를 쓸 것입니다. 저는 그 차이에 살짝 주목하고 싶습니다. 성실한 것은 몸의 작용입니까, 마음의 작용입니까.


아주 옛날에는 건강한 것이 오로지 몸에 관한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의료라든지 치료는 몸에 난 상처에 대한 처치를 말하는 것이 전부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에도 ´신앙´은 있었습니다. 마음에 대해서는 아직 알지 못했지만 ´신앙´은 있었습니다. 신앙이 마음의 자리를 마련해 준 거라고 저는 봅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신앙인 줄 모르고 천둥과 번개, 바위나 나무를 향해 빌고 두려워하고 조심했던 것입니다. 조심하는 것이 저는 loyal이라는 말에 흐르는 물줄기 같은 거라고 여깁니다.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내딛는 발걸음에서 loyal를 느낍니다. 그러니까 ´밥그릇´이 하나 있으니까 씻어 두는 것과 그대로 두는 것 그 경계지점에 loyal이라는 근성이 날갯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장실 휴지통을 비우는 일에서도 loyal은 적용됩니다. 나는 그것을 diligent라고 보지 않습니다. diligent는 몸짓에 해당하고 그것은 내게 이로운 일이 더 많습니다. 바지런하게 구는 일입니다. 부자가 되는 근면성입니다. 요즘 하강 곡선을 그리는 경제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 중에 하나가 Due Diligence입니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서 리스크를 최대한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diligent의 반대는 게으른 lazy가 됩니다. 하지만 loyal은 색깔이 다른 성실함입니다. 그것은 신앙적인 분위기도 갖추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지지하는 것도 loyal이 됩니다. loyal은 내 안에서 먼저 생겨나서 내 밖으로 향하는 운동입니다. 놓치면 안 되는 마음이 떠는 부지런입니다. 그래서 그 반대의 경우를 나태하다고 말하지 않고 의무를 저버렸다고 합니다. 우리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그러면 loyal한 마음을 잃었다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바쁘게 살면서 아니면 잘 살게 되면서 우리가 끝끝내 챙겼던 것은 근면, 성실 diligent 했던 그것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느 누가 loyal 하다고 자신 있게 손든 적 있는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성실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말들로 나를 표현하시겠습니까.


나를 표현할 말은 세상에 없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어떨까요.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새벽꾼이 되었으면 합니다.


파수꾼이 아니라, 내 새벽을 지키는 성실한 새벽꾼 말입니다. 묵상은 새벽꾼의 언어입니다. 흥정하는 언어가 아니라 조각하는 언어로, 뜯어내는 언어가 아니라 꿰매는 언어로, 떠드는 언어가 아니라 침묵하는 언어로, 그 언어로 밥을 짓는 새벽꾼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의 외딴곳, 새벽. 그러기 위해서는 성실해야 합니다. loyal.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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