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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Jan 20. 2023

기도 98-1

덕분에 잘 지내고

2023, 0112, 금요일



명절을 기다립니다. 1월이 스무날 지났습니다. 학생들이 방학을 하면 저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지난 성탄절 이후로 불편했던 허리를 달래면서 지내왔습니다. 많은 분들 덕분에 제가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거 아실까요.


저 또한 카톡 메시지를 보내면서 한 분 한 분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아멘´


이게 제 인사입니다.


말은 짧지만 거기에는 숨이 들었습니다. 아멘이라는 소리가 숨결을 따라 가볍게 출렁이며 함께 날아갑니다. 얼굴을 모르는 분도 계시고 한 번 뵌 분들도, 그리고 대부분 웃는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고백하자면 작은 어머니나 동생, 사촌들에게는 혼잣말처럼 하는 아멘이라는 말도 어색하게 나옵니다. 그래도 해보는 것은 그것이 작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생색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건넬 수 있는 일이라서, 그거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그리고 조금 미안한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끊이지 않고 오는 것은 쌓이니까요. 그게 우유든 TIME*이든 일간 신문이든 사람을 버겁게 하는 구석이 있거든요. 아마 기도도 눈처럼 쌓인다면 치우느라 애를 먹을 것입니다. 날마다 사용해야 하는 그것이 참 신비롭습니다. 날마다 생겨나는 시간, 누구에게나 똑같은 하루, 다 쓰지 못해도, 다 쓰고 부족해도 더 달라고 할 수 없고 내 것마저 가져다 쓰라고 줄 수는 없는 그런 것들은 사람을 보호해 주는 가드레일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쪽으로 가야 하지 않겠냐고 표시해 주는 손짓 같고 엄하지만 따뜻한 것이 묻어나는 눈빛과도 통합니다.




그렇게 저도 아침을 맞이합니다. 내가 써야 하는 세상의 한 모퉁이를 매일 건네받고 있습니다. 지금이 아마 제 차례인 듯싶습니다. 학교 다닐 적에 일주일씩 돌아가며 맡았던 당번처럼 말입니다. 친구 창기 어머니께서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께도 부지런히 보내 드리는데 혹시 시력이 좋지 않으실까, 몸이 불편하지는 않으실까, 그런 생각도 종종 듭니다. 그때에도 저는 ´아멘´ 그러면서 또 무심히 지나갑니다. 어머니,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친구 영기는 거의 모든 아침 묵상을 패스할 것을 압니다. 그게 영기의 매력인 줄도 압니다. 그래서 영기 각시에게 따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어쩐지 친구들 와이프를 ´각시´라고 부르는데 익숙합니다. ´니 각시 잘 있냐´ 이런 말이 저는 편합니다. 은주 씨, 잘 지내시지요? 영기하고 잘 지내줘서 고맙습니다.




대전 사는 내 유일한 충청도 친구, 정현이는 늘 존경스럽습니다. 소년 같은 아저씨를 저에게 추천하라고 그러면 저는 1초도 망설임 없이 그를 뽑겠습니다. 스무 살에 만나서 쉰이 넘었으니까, 세상 어디에 있든 잊지 못할 사람입니다. 저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전을 좋게 기억합니다. 거기를 지나갈 때도 반가운 생각이 들어서 만져보고 싶어 집니다. 나에게는 정말이지, 큰 밭입니다. 너른 밭, 한밭 대전. 그러고 보니 밭하고 밥하고 많이 닮았습니다. 정현이는 밭이고 저는 밥이 되는 꿈을 꾸어볼까 합니다. 밭에서 밥을 먹으면 꿀맛이겠습니다.




소식이 뜸하고 잘 찾지 못하는 것을 아침 묵상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찾아갑니다. 일방통행 같은데도 가끔 짝사랑 같은데도 좋습니다. 인사를 겸해서 좋습니다. 잘 지내지?라는 말 대신에 내가 하는 인사는 서글프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쓸쓸한 맛도 있어서 그리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부탁도 들어 있어서 좋습니다. 다행스럽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그런 생각 못 했었는데 쓰다 보니 명절 인사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람을 읽고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배우고 어른들에게 써먹기도 하면서 지냅니다. 막걸리를 마시는 날도 있습니다. 물론 허리를 살살 보듬으면서 지내기도 합니다. 대부분 무표정하지만 내 안에서는 빛이 감돌고 있습니다. 환상이어서 좋습니다. 슬픔이어서 좋습니다. 추억이어서 좋고 어렴풋해서 좋습니다. 여행이 충만한 듯합니다. 흔들리며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대도 좋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나에게도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 있든 언제든.


잘 산다고 그러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설 인사를 나란히 붙이겠습니다.


늘 생각합니다.


모든 기도의 마지막을 지키는 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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