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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Jan 25. 2023

기도 99-1

어떻게 걸었던가

2023, 0125, 수요일



선사 先史와 역사 歷史를 구분하는 것은 기록입니다. 역사 이전에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우리의 조상이었어도 그들을 위한 기도는 없습니다. 막연한 존재야말로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죽음은 동물의 죽음과 그 의미가 사뭇 다릅니다. 우리는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죽어가고 그들은 사라지는 것을 생략한 죽음을 죽습니다. 죽음이 클까, 사라지는 것이 더 큰 동그라미일까. 1월, 날이 맵게 추운 날이면 톡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나뭇가지를 떠올립니다. 딱, 길게 울리는 단절의 단말마는 야무지게 들립니다. 겨울 공기를 동요시키는 적막함이 있습니다. 기록은 역사를 낳았습니다. 역사는 기억과 나란히 걷습니다.




한 사람의 삶은 한 편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엮은 이야기가 삶이 됩니다. 누구나 원시적인 삶을 살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헤로도토스*가 되어 강물에 적고 신호등이 걸린 교차로에서도 적습니다. 그대의 삶은 누구를 띄우는 물길이며 어떤 차를 돕는 도로입니까. 그러고 나서도 시간이 남는다면 잠을 실컷 자고 사부작사부작 거니는 꿈을 꿉니다.




나는 누구처럼 살고 싶었을까, 생각해 본 적 없는 그 질문을 올해는 지니고 다닐까 합니다.


역사에는 수많은 위인들도 많고 이 시대, 내가 사는 공간을 옆으로 넓게 펼치면 거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설날 아침에 어른을 뵌 탓인지 내가 이래서 안 되겠다는 마음이 고개를 듭니다. 이것도 작은 이들의 한 증상일 것입니다. 그래보고 싶다는 단맛만 나는 사탕처럼 말입니다. 나는 어떻게 걸었던가. 다시 내 걸음을 바라봅니다.





* 헤로도토스 -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키케로가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페르시아 전생사를 다룬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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