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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Feb 13. 2023

기도 114-1

봄을 입고

2023, 0213, 월요일



방이 따뜻했던가, 몸이 노곤했던가.


어둡고 밝은 것들이랑 어디에서 몽땅 술래잡기하느라 늦었습니다.


서두르지 않기로 합니다.


어제저녁에 봐뒀던 시를 꺼내어 물에 씻습니다. 나도 씻습니다.


지난밤은 편안하셨는지요.




¶ 내 마음의 언덕에 집 한 채 지었습니다. 그리움의 나뭇가지를 얽어 벽을 만들고 억새 같은 쓸쓸함으로 지붕을 덮었습니다. 하늘을 오려 붙일 작은 창을 내고 헝클어진 바람을 모아 섬돌로 두었습니다. 그대 언제든 오시라고 봄을 입고 꽃을 지폈습니다.


- 봄을 입고, 이대흠




손님이 될까, 손님을 맞을까.


봄 같은 손님이 없습니다. 봄이 오다가 내가 됩니다. 봄을 기다리던 이들이 봄이 됩니다. 저기 뭐야, 나무에 피는 연꽃, 목련나무에도 꽃이 필 자리가 망울망울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서성거리듯이 그 자리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또 열 걸음 나가봅니다.


서성거리다가 다시 모른 척하고 동구까지 나가봅니다. 차가 다니는 데 서있습니다. 저 위쪽에서 오려나, 혹시 여기를 못 보고 지나치지 않게 신호가 되기로 합니다. 나 벌써 그대가 그립다. 자꾸 써 봅니다. 이렇게 저렇게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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