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물처럼 Feb 18. 2023

2월 소나타

아빠가 쓰는



3월은 다른 때보다 의미심장하다. 학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더 그렇다. 특히 새로 고등학생이 되거나 중학생이 되는 학생들에게는 3월만큼 신선하고 설레고 집중력 있으며 긴장되는 시간도 없을 것이다. 3월에는 모두가 새 마음이다. 새 옷을 입고 새롭게 단장한다. 잘하고 싶고 잘 걷고 싶은 발걸음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그러니까 2월에 힘을 실어준다. 2월은 짧고 아직 춥고 간섭과 규칙이 없으며 한가하다. 자칫하면 무기력할 수도 있다. 경계가 흐릿한 것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렇게나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까운 것은 명백하다. 3월에 꽃이 반드시 피는 것은 아니다. 2월에 살고 있는 꽃이 3월에 꽃이 된다. 산이와 강이에게 손을 씻으라고 일러준다. 발을 내놓고 머리를 감아라. 2월은 너희들의 소년, 소녀적 감상이며 기억, 풋풋한 노래가 되어 줄 것이다, 고 적어 놓는다. 이제 18일, 그러니까 2023년 2월은 열흘 남았다. 물을 찾아 탐험하는 뿌리와 뿌리가 찾은 물가에서 뛰노는 심장, 그 심장을 적시는 물 한 방울, 물방울이 스며 번지는 날개 닮은 줄기와 혈관들, 가지로 뻗는 고동 소리를 나는 벅차게 바라본다. 해가 뜨고 천지를 빙 돌아가며 운행하는 역동성, 버스가 달리고 열차가 통과하는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우리는 꽃을 예비한다. 나무가 된다. 새들이 찾아드는 거기가 되어 기다림이었다가 무지개가 제 몸을 걸어두고 외출하는 멋진 다리였다가 봄이 여름이 가을, 겨울이 춤을 추는 하늘이 되어 주기로 한다. 2월에 청소를 하고 책들을 정리하고 하지 않던 고민도 해본다. 그리고 먹는다. 오래 앉아서 먹는다. 먼 길 나서는 나무들처럼 잘 차려놓고 파티를 연다.

- 산이는 왜?

- 학원 마치고 혼자 버스 타고 오고 싶다고 해서 마트 들렀다가 나 먼저 왔어요.

그러면서 웃는 저 사람은 산이 엄마다. 오래전부터 산이를 편들고 산이를 위하고 산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웃고 있다.

- 왜?

- 글쎄 밤에 타는 버스에는 '갬성'이 있다나? 오늘은 시간도 늦고 피곤하니까 주말에 그러라니까, 낮에는 그런 게 없대요.

자리로 돌아와서 다른 일을 하다가 웃음이 난다. 손바닥에서 눈 밑 주름에서 겨드랑이에서 웃음이 솔솔 피어난다. 기도할밖에, 그래, 기도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기도 118-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