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물처럼 Feb 20. 2023

기도 119-1

Creadit card

2023, 0220, 월요일



신용 카드도 그 쓸모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을 겁니다. 효용과 쓸모에 따라 모든 것들이 사라지거나 변화하고 있습니다. 처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말도 생각납니다. 은행에 가지 않고 직접 돈을 보내고 받는 일이 휴대폰으로 가능합니다. 주민등록증이 있어도 그것을 본 지가 언제인지 잊었습니다.




토요일, 하늘이 흐렸습니다. 흐린 날에도 모일 줄 아는 사람들은 사이가 돈독한 편입니다. 제법 편하다거나 그리워하며 사는 사람들은 대충 차려입고도 후다닥 잘 만납니다. 선유도에서 4 자매가 어머니를 모시고 점심을 먹기로 했답니다. 자기들이 매달 걷는 회비가 있어서 아무 때고 시간만 맞으면 그렇게 만나는 아내와 그 동생들입니다.




설 명절을 지나고 한 달 지난 듯한 시간, 그리운가 봅니다. 그냥 끌리는 것이겠지요. 그 마음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출렁거렸습니다. 파도가 부서지며 하얀 물보라가 입술에 닿았습니다. 바다 내음이 짭짤하게 달콤한 것도 같았습니다. 회비가 있어도 점심은 이걸로, 괜찮다며 도로 넣으라는 손을,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며 더 큰 손으로 건넸습니다.




"장모님이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하실 거야."




몇 해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장모님은 그나마 정정하신 편입니다. 덕분에 자식들이 한시름 놓고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름 추억이 많은 동지였습니다. 많은 길을 함께 걸었으니까요. 그러니까 5년쯤 전에 시모노세키에 있는 마을 하나를 통째로 내내 걸었던 오후가 장모님과 함께 했던 마지막 여행이었던 듯합니다.




사람들은 카드만 좋아하는데 신용이란 말이 더 중요합니다. 크레디트 카드 Credit Card. Credit 그러면 신용이란 뜻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외상도 있고 학생들이 긴장하는 학점이란 말도 거기 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명예를 가리킵니다. 그 명예는 바로 Cred에서 출발합니다. Cred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신뢰나 신임도를 Credibility라고 합니다. Cred 믿음이 it 가다, 그것이 크레디트 Credit입니다. 나는 카드를 건넨 것이 아니라 아내와 처제들에게 신뢰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주 그러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The라는 정관사를 배울 때, 힘이 세고 유일하고 의미 있는 상대를 위해 먼저 바닥에 깔아 주는 카펫 같은 거라고 분위기를 띄웁니다. 거기를 걷는 것들은 특별해진다며 The Sun, The Mona Lisa, The Salt, The World, 눈도 크게 뜨고 바라봅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 the에는 god이 들었다고 들려줍니다. 귀가 내 쪽을 향하여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the를 배우는 학문 ology 이 바로 신학, theology이다. 세상에 신이 없다는 주의가 바로 a the ism, atheism이다. 물론 유신론은 theism이 됩니다.




신앙을 바라보는 내 시선에는 the가 있습니다. 그 느낌과 전율이 있습니다. 삶은 신앙 같습니다. 매 순간 유일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단독이지 않은 것이 없어서 ´단독 보도´라는 말이 여기에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는 그 감각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작가의 이전글 2월 소나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