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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Feb 21. 2023

기도 120-1

막걸리 마시고 싶지 않냐

2023, 0221,  화요일



돌아봤을 때, 그때를 회상합니다. 지금까지는 지나온 것들을 돌아봤지만 이제부터는 지나갈 것도 돌아봅니다. 지금까지는 아쉽고 미안하고 왜 그랬는지 변명도 못하는 일들이 많았지만 이제부터는 흐뭇하고 편안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어야겠습니다. 나를 볼 줄 알아야겠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랬을 것입니다.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아파서 서로 파스를 붙여주던 세월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무도 모를 거라며 둘이 다독였을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데, 거기에 부부의 정이 있는 듯합니다. 거기에 부부의 힘이 있습니다. 세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둘이서 헤쳐나갑니다. 둘만 아는 것들과 둘이 아는 것들이 둘을 하나로 이어줍니다. 그 끈으로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어디든 가고 있습니다. 오늘에서야 어머니가 아버지와 영영 헤어지고 난 다음날, 하늘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짐작합니다. 누구한테 무슨 하소연을 하겠습니까. 나는 어머니에게 파스 한 장 붙여드린 적 없습니다. 어머니의 삶을 늘 3인칭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처리했습니다. 자식은 그렇게 먼 사람입니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르코 9:37




여태껏 어머니도 하나의 어린이였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던 엄마를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아무 대가 없이 어머니가 베푸는 것을 누렸습니다. 희생이란 말도 사랑이라는 말도 할 줄 모르고 그저 주는 대로 받아먹었습니다. 불평이나 할 줄 알았지, 고마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내 삶을 아껴서 살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어제 행운목 사진 어떠셨는지요, 일부러 그 친구와 대화했던 장면을 캡처해서 보여드렸습니다. 사진만 보고는 모르는 것들이 사람들 사이에는 흐르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친구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홀로 오랜 세월을 사셨습니다. 막내아들이 걱정이어서 그날도 전화하셨던 것입니다. 몇 년 만에 만나 민주지산에 올랐던 날, 둘이서 막걸리를 마셨던 밤이었습니다.




뭐 허냐/ 많이 마시지 말고 어서 들어가/ 알았어/ 엄마도 어서 자/




둘이 통하는 몇 마디 말들, 그 별거 아닌 말들이 우리를 도왔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습니다. 친구는 그 흔한 말을 나눌 엄마가 그리울 것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아무리 맛있는 것을 매일 먹고산다고 해도 그 허공을 채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영혼을 믿습니다. 나는 종교가 있고 친구는 없습니다. 그래도 영혼을 믿고 싶을 것입니다.




어린이를 찾으러 다니는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어머니가 어린이며, 친구가 어린이며,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더 어린이입니다. 그 사람들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내 종교입니다. 신앙이며 믿음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부부의 이름으로 사는 사람들, 아버지의 이름으로 사는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우리를 돌보셨습니다. 자식들을 살폈습니다. 그래서 천사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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