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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Feb 22. 2023

기도 121-1

꽃이 가르쳤습니까

2023, 0222, 수요일



아직 춥습니다. 영하의 추위가 밖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꽃과 나무들이 몸을 움츠리고 죽은 듯이 움직임이 없습니다.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바퀴 소리가 2월의 새벽 공기와 뒤엉켜 합을 겨루고 있습니다. 날카롭게 날이 섰습니다.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그대로 베어낼 기세입니다. 대기는 불안정하고 전국 시대로 분열될 것 같은 긴장감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과연 꽃이 필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때 물이 되는 사람이 있고 불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3월을 경험한 적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 그래서 아무도 내일 날씨를 짐작할 수 없다면 이 추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합니까.


내일을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는 아는 것이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봄이 올 것을 믿지 않고 알고 있습니다. 아는 것이 우리가 가진 힘입니다. 알 수 없으면 그때 세상은 암흑이 될 것입니다. 자료와 정보를 달라고 아우성칠 것입니다. 올해 봄은 어느 타입의 봄이 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물이나 불이 될 필요는 없다고, 그것은 미신 같다고 웃을 것입니다.




추울 때 필요한 것은 물입니까, 불입니까. 하느님입니까. 아니면 그때에도 정보가 우선입니까. 우리는 먼저 추워야 합니다. 추위를 모르는데 무엇을 간절히 원하겠습니까. 세상은 그런 것을 어리석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어리석지 못해서 어리석은 듯합니다. 추워봐야 꽃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그 꽃이 어떤 꽃인지 새로 보일 것입니다. 나는 그래서 길이 스승입니다. 편안함은 늘 길에 있었습니다. 노곤해지면 편안해집니다. 발이 아프면 그때 쉬고 싶어 집니다. 단독으로 피어나는 평화는 평화롭지 않았습니다. 외롭기만 하지, 혼자 서 있는 그늘은 절간에서 들리는 목탁 소리만도 못합니다. 사연 없는 것들은 사연을 돌보지 않습니다. 돌아볼 마음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안다는 것 이전에, 믿음 이전에 삶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살아본 적 없는 사람들 같이 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도 사람이 만든 것이고 전쟁도 사람이 만들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사람들의 걸작품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추위와 더위에 누가 기름을 붓고 있습니까. 가난을 누가 부채질하고 있습니까. 시기와 질투, 나태, 살인과 폭행, 그리고 강간은 꽃이 가르쳤습니까. 도박이 재미가 되면 절도는 무엇입니까. 아프면 치료할 줄 아는데 정작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누구입니까. 무엇입니까. 우리는 터무니없이 건방집니다. 오만합니다. 자만합니다. 사람 때문에 사라진 것들이 시위를 한다면 광화문 앞 도로는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무엇이라고 외칠까, 나는 두렵습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오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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