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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Mar 06. 2023

기도 131-1

틀렸던 답

2023, 0306, 월요일



7, 8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터널이 나오면 내심 반가웠습니다.


´터널이다! ´ 그러면서 환호성을 치는 산이와 강이는 진심으로 터널을 좋아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신기하냐 싶을 정도로 누가 먼저 터널을 발견하는가부터 서로 경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앞 등받이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 터널이 끝날 때까지 앞을 응시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터널도 바뀌었습니다. 경광등이 반짝거리고 경고음이나 안전 방송이 나오는 터널도 생겼습니다. 더 이상, 터널이다! 그러지 않습니다. 이제 차 안에서는 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봅니다. 방금 발견한 사실인데, 휴대폰을 본다고 하지 않고 한다고 그러는 현상이 우리에게 생겼습니다. 보고, 듣는 것을 넘어서 더 적극적인 행위가 되었습니다. 터널과 함께 다리도 비슷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높은 곳에 있는 다리는 그 아래를 내려보는 짜릿함이 있습니다. 바다에도 다리가 놓이고 산봉우리와 봉우리가 다리로 연결됩니다. 터널과 다리가 나오면 차 양쪽 창에 이마를 대고 밖을 보느라 열심이었던 아이들이 아른거립니다.




우리는 이렇게 여기와 저기를 연결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아서 먼 길을 돌아가지 않고 곧장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까워진 거리만큼 시간이 남았습니다. 시간은 있어도 없고 없어도 있는 신기한 물건입니다. 남은 그 시간은 어디에 넣어두고 계십니까. 얼마나 수익을 창출하고 계십니까. 그것을 이렇게 부르면 어떨까 싶습니다. 시테크 時 테크. 1억 모으기, 10억 모으기 재테크는 다들 알고 있는 유명한 상품인데 시테크란 말은 아예 없습니다. 제가 그 1인이 될 것 같은 살풋한 이 예감이 빗나가길 바랍니다. 시간이 돈이란 말은 저 어렸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그 돈은 돈만큼 인기가 있는 상품이 아닌 듯합니다. 사라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날마다 주어지고 그것을 썼든 쓰지 않고 남겼든 결국 다 사라지고 마는 그 마법 같은 홀림,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입금되는 24시간이란 액수의 돈. 국가가 통제하는 계획 경제 같은 인상입니다. 시간 부자는 누구입니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는 왜 아직 소식이 없습니까. 적용이 되지 않아서 그럴 것입니다. 사람이 만든 룰에 적용되지 않는 현물, 시간 時間, 그것이 시간의 가치이며 힘인 듯싶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으로 동양은 공자의 가르침에, 서양은 크리스트 신앙으로 동양은 부처님의 말씀에 오랜 세월 영향받으며 지내왔습니다. 시간을 뚫고 거리와 공간에 얽매이지도 않고 우리에게 다다르는 파도같이 날마다 전달되는 그 편지들이 철썩이고 있습니다. 파도 소리에 나는 풍화되고 있습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가 고전의 향기이며 성인의 가르침입니다. 부디 잊지 말라는 부탁을 아주 오래전에 띄우셨습니다. 우리가 위태로울 줄 알고 정하신 뜻을 살펴야겠습니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루카 6:38




사랑은 선한 것입니까, 악한 것입니까. 시간은 고요한 것입니까, 요란한 것입니까. 밥은 사람을 살리는 것입니까, 죽이는 것입니까.




내가 열심히 적고 있는 답이 벌써 오래전에 어떤 이가 틀렸던 답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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