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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Mar 07. 2023

기도 132-1

인언수재

2023, 0307, 화요일



사람이 어찌 자신을 숨기겠느냐?


인언수재 人焉瘦哉.




하늘이 두려운 이유는 넓어서 그렇습니다. 어디를 가도 하늘이기 때문입니다. 숨어서 눈을 감고 있어도 하늘은 있습니다.


그 하늘이 고마운 이유도 똑같습니다. 늘 하늘입니다. 다른 것들은 때에 맞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하늘은 나 하나를 잃지 않습니다. 하늘은 나를 잃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하늘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늘은 내 행동을 보고 視其所以 시기소이, 내 마음을 찬찬히 살피고 觀其所由 관기소유, 내 편안함을 알아봅니다 察其所安 찰기소안. 그러니 어떻게 사람이 자신을 숨길 수 있겠습니까.




부모는 자식을 그렇게 볼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볼 줄 안다는 것은 하늘 같아서 숨길 수 없다는 뜻일 겁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이는 누구입니까. 내가 숨길 수 없는 나를 데리고 다닙니다. 하늘 있는 데에서 하늘 있는 데까지 살아갑니다.


하늘이 있는 것처럼 사는 것도 하늘이 없는 것처럼 사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늘은 있으니까요. 그게 원칙일 겁니다. 원칙이 확고하면 불만스럽기는 해도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원칙을 이용하려고 하지 받아들이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탓이 됩니다. 원망도 하고 악담을 퍼붓기도 합니다. 원칙은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늘은 부드러운 원칙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


어제 수업을 마치면서 그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늦은 시간에 애쓰는 고등학생들 얼굴이 맑았습니다. 고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시절들이 한 시간 나를 바라보다 돌아갔습니다. 그 얼굴들이 하늘 같았습니다. 너희가 나를 돕고 내가 너희를 돕는구나, 싶었습니다.




매화도 피고 곧 산수유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릴 것 같습니다. 나는 무슨 꽃이 피었다고 소식을 전할까, 두리번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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