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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Mar 14. 2023

기도 137-1

연금술사가 되기로

2023, 0314, 화요일



금방 꽃이 피겠구나 그러면서 오리나무 가지도 만져보고 그랬는데 느닷없이 영하의 날씨가 펼쳐졌습니다. 오늘 아침은 꽤 춥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환절기에는 감기 환자가 배로 늘어나니까 오늘 같은 날은 더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오늘은 저도 좀 늦었습니다.




복음 말씀이 마치 ´갑질´에 대해서 훈계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 마태오 18: 32-33




나이가 쉰을 넘어가니까 예전보다 사람들이 잘 보입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어떤 감각이 생겨난 듯합니다. 시력은 나빠졌지만 감은 좋아져서 큰 불편 없이 지내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예쁜 것이 예쁜 것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쁘지 않더라도 예쁘다고 여기기도 하고 예쁘지만 예쁘지 않더라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부자만 부자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부자가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가르치는 영어 문법, 부분 부정을 내 생활에서 목격하는 일이 많습니다. 분명히 부자가 아닌데 더 부자로 사는 사람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상대적으로 빈곤하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진실입니다. 비록 부자가 되는 길은 끝이 없어도 우리에게는 삶이 있습니다. 삶이 있어서 우리는 마지막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열 번 한다고 한들 그래서 세상을 바꿨다고 해도 삶은 손대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손을 얹고 속삭일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했냐. 그러면 됐다. 이제 불 끄고 자야 할 시간이야.*




갑질 아래는 을질, 을질 아래에는 병질, 그 아래에 정질, 그런 식일 겁니다. 그래서 갑질해보고 싶어지고 갑질할 수 있기를 바라는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갑질 당하고 저기에서 갑질 하는 쳇바퀴를 살아갑니다. ´군군 君君 신신 臣臣, 부부 父父, 자자 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조화롭고 안정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공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이 갑질 천국이라서 이런 말씀은 고리타분하게 들립니다. 임금이 갑질하고 신하도 갑질하고 아버지도 갑질하니까 이제 아들도 갑질하는 것을 배워 써먹습니다. 아무 데서나 그러고 삽니다. 버스기사에게 그러고 학교 선생님에게 그러고 아파트 경비원에게 그러면서 식당 아주머니에게 또 그럽니다. 운전하면서 밥 먹으면서 사우나에서 병원에서 어디든 장소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감정 노동자라는 말이 왜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지 이상해졌습니다. 한쪽은 죽고 한쪽은 웃는 철도 노동자, 지하철 노동자, 여성 노동자, 고령 노동자, 택배, 경비, 기타 등등등등 노동자.




¶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싸그락 두드려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트린다.




- 고재종, 첫사랑




열 번, 열흘을 정해놓고 쓰는 세 번째 묵상입니다. 그동안 내가 했던 묵상은 어떤 것이었나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사람들은 금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금을 많이 가질수록 평화로워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연금술이 한때 전 유럽과 아랍 세계에 큰 인기였습니다. 신화적이고 주술적인 그것에 모두가 빠졌습니다. 믿음을 거기에 바쳤습니다. 황금이 갖고 싶었던 것입니다. 내가 아는 연금술은 글쓰기입니다. 저는 그런 결론을 만나게 됩니다. 매일 쓰고 나면 언젠가 내가 빛날 것을 믿습니다. 부처님도 공자님도 소크라테스도 예수님도 모두 말씀을 남겼습니다. 그 말씀이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말씀으로 전쟁을 끝내고 상처를 치유하고 대기 오염과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세우고 있습니다.




¶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야.




- 파울루 코엘류, 연금술사




고개를 넘어가는 신비, 그 홀가분함에 내가 다시 태어납니다. 바람이 날개 아래에서 불고 하늘은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연금술사가 됩니다. 하늘을 듬뿍 넣고 내가 발견하는 공식으로 열을 가합니다. 세상에 없는 열매가 톡, 톡 영글면 맛도 좋을 거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도현 , 간장게장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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