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시 / 이정록
시란 거 말이다
내가 볼 때, 그거
업은 애기 삼 년 찾기다.
업은 애기를 왜 삼 년이나 찾는지
아냐? 세 살은 돼야 엄마를 똑바로 찾거든.
농사도 삼 년은 부쳐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며
이 빠진 옥수수 잠꼬대 소리가 들리지
시 깜냥이 어깨너머에 납작하니 숨어 있다가
어느 날 너를 엄마! 하고 부를 때까지
그냥 모르쇠 하며 같이 사는 겨.
세 쌍둥이 네 쌍둥이 한꺼번에 둘러업고
젖 준 놈 또 주고 굶긴 놈 또 굶기지 말고
시답잖았던 녀석이 엄마! 잇몸 내보이며
웃을 때까지.
3학년 전공專攻 시간에 나는 떠났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났다.
문학을 배우겠다는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걸 배워서 교수가 되면 괜찮을 거라고 여겼었다.
혹시라도 시나 소설을 쓴다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어디에도 떠나지 못했고
시를 쓰지도 못하면서 지켜보기만 했다.
소설을 써봤지만 시큼털털하게 덜 익어서 뱉어냈다.
이별만 했다.
사랑을 할라치면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새가 흘러나왔다.
만만한 이별은 찾을 수 없었다.
토요일 오후가 그랬고, 강변에서 그랬고
카레라이스가 어느 때는 슬픈 맛이 났다.
세월만 감처럼 익었다가 떨어졌다.
나는 나를 기억하지도 잊지도 못하면서 늙었다.
이제 어디 가서 시를 찾는단 말인가
그때 3학년 전공 시간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나는 시인是認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시詩, 내겐 그런 것은 없고 딸만 있다고.
아홉 살 먹은 딸이 묻는다.
아빠는 아빠가 왜 아빤지 알아?
아빠도 몰라?
그렇다는 말도 그렇지 않다는 말도 없이
이리 와, 안아본다.
그저 쌔근쌔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