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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Jul 08. 2023

야구 일기

투수 김재열

"오늘처럼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선수가 되겠다."

얼굴에 두 가지가 가득했다. 땀이 물처럼 흘렀고 웃음이 짙었다. 땀이 흐르는 길, 그의 표정이 신이 났다. 묻고 싶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크게 웃어 보는 거냐고.

2023년 7월 7일 소서, 남쪽은 비가 내려 경기가 모두 연기됐다.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는 기아와 KT의 경기가 예정대로 시작됐다. KT 선발은 엄상백 1996년생, 2022년 정규리그 승률 1위 투수다. 7이닝 피안타 4개에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의 호투에 기아 타선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로 경기는 후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물론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결정적인 순간을 적고 있지만 어떤 긴장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끝났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 움직이는 것들은 긴장시킨다. 그라운드에는 모든 시간이 '지금'이다. 지금 결정하고 지금 결과가 나오고 지금 실책이 나오고 지금 환호한다. 지금을 미분해서 그것을 다시 요리하는 이들이 플레이어, 선수들이다.

기아 선발 투수 김건국은 1회 2타자를 상대하고 퇴장당하고 말았다. 선발 4이닝의 기대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그의 마음이 그 순간 얼마나 어두웠을까. 7월 한여름 더위에도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박병호 타석에 그가 던진 공이 헬멧에 맞고 말았다. 투수는 자동 퇴장 조치가 된다. 믿었던 선발 부대가 전투가 시작되려던 찰나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부대 전체가 위기에 빠진 셈이다. 그대로 침몰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를 빠져나갈 것인가. 운명이 영웅을 부르는 순간이 있다. 김재열의 등장은 사뭇 애틋했다. 어떤 이들은 절벽에서 버티는 일로 삶을 달구어간다. 버티는 일, 나를 쓰러뜨리려는 상대를 열심히 버텨주는 일, 그런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그의 공은 날렵하지 않고 빠르지 않았으나 무거웠다. 굳게 입을 다물고 침묵으로만 포수 미트에 꽂혔다. 타자들의 방망이에 맞아도 그 침묵을 벗지 않고 칭칭 제 몸을 감았다. 공이 제 주인을 위하는 것 같았다. 같은 마음이라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폭 치마폭에 싸이 듯 공이 달려들었다. 5회 투아웃까지, 그 사이에 2루 수비 도중에 발생한 에러. 김재열은 에러를 범한 동료에게 먼저 표시를 보냈다. 괜찮아, 혹시라도 너를 괴롭히지 마. 괜찮아, 지금 이대로 괜찮아.

얼굴에 두 가지가 가득했다. 땀이 물처럼 흘렀고 웃음이 짙었다. 땀이 흐르는 길, 그의 표정이 신이 났다. 묻고 싶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크게 웃어 보는 거냐고.

2023년 7월 7일 소서, 남쪽은 비가 내려 경기가 모두 연기됐다.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는 기아와 KT의 경기가 예정대로 시작됐다. KT 선발은 엄상백 1996년생, 2022년 정규리그 승률 1위 투수다. 7이닝 피안타 4개에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의 호투에 기아 타선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로 경기는 후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물론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결정적인 순간을 적고 있지만 어떤 긴장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끝났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 움직이는 것들은 긴장시킨다. 그라운드에는 모든 시간이 '지금'이다. 지금 결정하고 지금 결과가 나오고 지금 실책이 나오고 지금 환호한다. 지금을 미분해서 그것을 다시 요리하는 이들이 플레이어, 선수들이다.

기아 선발 투수 김건국은 1회 2타자를 상대하고 퇴장당하고 말았다. 선발 4이닝의 기대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그의 마음이 그 순간 얼마나 어두웠을까. 7월 한여름 더위에도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박병호 타석에 그가 던진 공이 헬멧에 맞고 말았다. 투수는 자동 퇴장 조치가 된다. 믿었던 선발 부대가 전투가 시작되려던 찰나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부대 전체가 위기에 빠진 셈이다. 그대로 침몰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를 빠져나갈 것인가. 운명이 영웅을 부르는 순간이 있다. 김재열의 등장은 사뭇 애틋했다. 어떤 이들은 절벽에서 버티는 일로 삶을 달구어간다. 버티는 일, 나를 쓰러뜨리려는 상대를 열심히 버텨주는 일, 그런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그의 공은 날렵하지 않고 빠르지 않았으나 무거웠다. 굳게 입을 다물고 침묵으로만 포수 미트에 꽂혔다. 타자들의 방망이에 맞아도 그 침묵을 벗지 않고 칭칭 제 몸을 감았다. 공이 제 주인을 위하는 것 같았다. 같은 마음이라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폭 치마폭에 싸이 듯 공이 달려들었다. 5회 투아웃까지, 그 사이에 2루 수비 도중에 발생한 에러. 김재열은 에러를 범한 동료에게 먼저 표시를 보냈다. 괜찮아, 혹시라도 너를 괴롭히지 마. 괜찮아, 지금 이대로 괜찮아.

그도 1996년생이다. 그러나 퓨처스리그에서 주로 뛰다가 201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선수였다. 그다음이 영화 같다. 다른 유명 선수처럼 상무나 경찰청에 입단해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았던 그는 방위산업체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도 대학 야구부 훈련장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사회인 야구 대회에도 나가서 공을 던졌다. 결국 2020년 기아에 테스트를 거쳐 입단을 하게 된다.

2020 시즌 9월 6일 대전 한화와의 경기에서 첫 등판을 하는 날, TV 중계 화면에는 덜덜 떨리는 그의 글러브가 눈에 띄었다. 그날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고 그는 홈런을 맞아가며 3실점을 한다.

어제 경기는 인상적이었다. 김재열의 호투를 보면서 모처럼 흐뭇했다. 약자가 약자로 끝나지 않고 포효하는 모습을 보니 사람도 호랑이도 다들 이기고 싶은 거구나 싶었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기억들이 있다고 그런다. 어떤 순간에 그 순간을 경험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10번은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을까. 적어도 그 정도는 해봤어야 악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오지 않을까. 악! 나는 버티고 싶다. 그저 여기를 버텨내고 싶을 뿐이다. 그 진한 웃음이 패인 길로 땀이 흘렀다. 그 땀을 오래 바라봤다. 어제는 김재열의 날이었다.

그도 1996년생이다. 그러나 퓨처스리그에서 주로 뛰다가 201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선수였다. 그다음이 영화 같다. 다른 유명 선수처럼 상무나 경찰청에 입단해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았던 그는 방위산업체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도 대학 야구부 훈련장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사회인 야구 대회에도 나가서 공을 던졌다. 결국 2020년 기아에 테스트를 거쳐 입단을 하게 된다.

2020 시즌 9월 6일 대전 한화와의 경기에서 첫 등판을 하는 날, TV 중계 화면에는 덜덜 떨리는 그의 글러브가 눈에 띄었다. 그날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고 그는 홈런을 맞아가며 3실점을 한다.

어제 경기는 인상적이었다. 김재열의 호투를 보면서 모처럼 흐뭇했다. 약자가 약자로 끝나지 않고 포효하는 모습을 보니 사람도 호랑이도 다들 이기고 싶은 거구나 싶었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기억들이 있다고 그런다. 어떤 순간에 그 순간을 경험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10번은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을까. 적어도 그 정도는 해봤어야 악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오지 않을까. 악! 나는 버티고 싶다. 그저 여기를 버텨내고 싶을 뿐이다. 그 진한 웃음이 패인 길로 땀이 흘렀다. 그 땀을 오래 바라봤다. 어제는 김재열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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