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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Jul 10. 2023

야구 스케치 2

뭘 해도...


주변의 관심은 양날의 검이다. 사람이 하는 일과 하늘이 하는 일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삶의 원리라고 한다면 그 바퀴가 애살맞게 뻑뻑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관심이다. 관심은 보이는 형태이며 또한 볼 수 없는 마음이다. 바퀴가 돌면 수레가 움직인다. 바퀴는 살과 곡 穀*으로 이루어졌다. 서른 개의 바큇살이 하나의 곡에 모여들도 그 텅 빈 공간이 있어서 수레가 기능한다. 움직이는 것들은 저마다 바퀴가 있다. 내 바퀴가 비탈과 언덕에서도 잘 돌아가는 까닭은 없이 있는 저 기도 덕분이다. 부챗살처럼 퍼져서 한 점으로 향하는 빛이며 힘, 기원 같은 것들. 관심은 비어서 채울 줄 아는 눈썰미이며 채운 것을 비워놓을 수 있는 지혜로운 동작이다. 그 모양이 상대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지만 불가해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물이어야 한다. 드러남이 적어야 한다. 관심은 커질 수 있으나 사람을 압도해서는 이미 그 소용을 잃은 것이다. 그때는 부리나케 관심을 꺼야 한다.

선수 김도영은 그런 관심의 대상이다. 그는 스물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의 성공 스토리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할 것 같은 예감을 떨칠 수 없다. 적어도 지난 금요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했던 한마디는 솔깃했다. 스타플레이어로서 어떤 자질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런 것이겠다, 그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젊은 선수가 던진 말에 반 백 살이나 먹은 심장이 움직였다. 도루는 아니더라도 리드를 좀 해서 타자를 도우면 어떨까 싶은 동작이 일어났다. 내 일상에서의 리드는 어느 부분에서 이루어지면 보기 좋을까. 부상 복귀 후 10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던 그가 말했다.

"오늘은 뭘 해도 안 되는구나 싶었는데 마침 3루 수비 위치가 뒤로 처져 있기에 번트라도." 그런 심정이었단다. 그리고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1루에 달렸고 그 덕분에 1루 송구를 서둘렀고 타자는 간신히 세이프가 됐다. 비디오 판독까지 그가 살았음을 증명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그는 살았고 호타준족을 자랑하는 김도영은 2루를 슬라이딩으로 훔쳐내기에 이른다. 팽팽하던 경기가 한 선수의 신명 난 춤사위에 갑자기 정신을 놓아버린 듯했다. 승리가 목전에 다가올 때 누구나 몸서리를 친다. 차갑고 따스한 기운이 그라운드를 둘로 나눠 곳곳에 스며든다. 좌중간에 떨어진 빗맞은 안타가 이어졌고 손쉽게 득점을 이뤄냈다. 기세는 갈림길에서 확연하게 돌변한다. 속도가 붙는다. 떨어지는 것도 솟아오르는 것도 모두 그 속도에 놀라고 만다.

"임자, 해보기는 했어?"

유명한 말이다. 고 정주영 회장을 상징하는 한 줄이다.

울림이 되는 말들, 그 말들이 생성되는 깊은 속을 유람하는 나는 가끔 이렇게 채집을 한다. 석공의 작업장에 들른 것처럼 끌과 정으로 바위를 깨는 장면을 스케치한다. 돌이 튀고 땀이 마르는 중에 먼지가 앉는다. 견고한 손, 맨손이 다듬는 조각을 찬미한다. 손만큼이나 발만큼이나 어떤 것을 해본 적 있던가. 나, 무엇을 하려 했던가. 뭘 해도 안 되니까 차라리 죽어야겠다. 그 말은 시시하다.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라는 외침은 언제나 뜨겁다. 번트 하나에도 살아야겠다는 날개를 달아놓아야 난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그것을 보고 그것이 환호하는 것을 환호했다. 7월 한여름밤이 달아올랐다.


* 三十輻共一穀 當基無 有車之用 삼십폭공일곡 당기무 유거지용.

노자 도덕경 11장의 처음 부분을 인용 - 삼십 개의 바큇살이 하나의 곡에 모이는데, 그 텅 빈 공간이 있어서 수레의 기능이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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