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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Aug 08. 2023

시절 유감 遺憾

새만금 잼버리


결국 새만금 잼버리는 서둘러 폐장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2023년, 과연 그날이 오면,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며 상상했었던 오늘이었는데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고 어이가 없다. 우리가 사는 현재도 반영하지 못하는 탁상행정과 졸속 추진, 파행 운영이었다. 누구 한 사람의 탓이겠는가. 이렇게 큰 규모의 국제적 행사가 어느 한 부서나 기관의 잘못만으로 무너졌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또 어처구니가 없다. 총체적 부실, 책임은 있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도덕적 해이, 방만한 운영, 경험 미숙, 안일한 대처, 우리 사회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다. 무엇을 더 차려내 올까. 거기 나오던 거마저 이리 가져다가 거기 두세요. 그래, '사후약방문'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도 꾸역꾸역 먹었던 것들,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교실에서도 똑같이 나오고 자식들 군대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부모들 앞에 변명이랍시고 내놓는 슬픈 이야기들, 이태원이든 지하차도 침수 사고든 사고만 났다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서글픈 메뉴들,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가. 교실만 무너지고 있는가. 사회는 괜찮고 국가는 멀쩡한가. 누가 좀 제대로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비가 새는지, 물이 새는지, 돈이 새는지, 무엇이 새는지 도대체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고속도로 하나를 내면서도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반목하고 분열하고 헐뜯는 그대들은 어느 나라의 백성들인가. 우리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나이 든 이장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정치는 더 이상 정치가 아니다. 그 입 다물라. 할 말이 있어도 할 말이 없어야 되는 지금이 아닌가.

사람은 자만해서는 결코 안 된다. 7월 말까지 줄곧 장마였다. 그래서 볕이 좀 나야 살 것 같다고 그랬다. 물에 젖은 것들이 마르고 침수된 곳에 물이 빠지고 지붕 공사도 할 수 있게, 볕이 나고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난리다. 여기저기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뜨거워서 도로 위에 서 있지를 못한다. 자연 앞에서 자연 상태의 인간은 나무나 풀보다 약한 존재다. 우리를 무모하게 만드는 것들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청순함을 잃어가는가. 나만 쾌적하면 된다는 그 마음은 인간적인가. 땀을 흘리며 들어서는 아이에게 얼음물을 한 잔 따라주고 부채를 부쳐주며 에어컨 앞에 앉도록 권한다. 저 에어컨 바람이 내년에는 더 무거운 무더위로 변할 것이라고 차마 이야기하지 못한다. 아이가 견디고 감당해야 할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현실이 무섭다. 새만금 잼버리는 어떻게 하기로 했대요? 괜찮대요? 너는 스카우트도 아니면서 왜 관심을 두냐고 물으니까 대답이 근사하다. 이렇게 가만있어도 더운데 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당연히 걱정이 되죠.

6학년 꼬마가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걱정이 된다. 잼버리가, 교실이, 군대가, 대학 입시가, 직장 내 갑질 문화가, 이태원이, 오송 지하차도가, 짓고 있는 수많은 아파트들도, 나도 내 나라가 걱정이 된다. 얼마나 힘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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