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oon 5, Memories였다.
친구가 보내준 영상이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친구가 카톡 메시지로 올려주는 사진이며 영상, 글귀를 잘 들여다보는 편이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전해지는 나름의 체취가 느껴지는 것 같아 그냥 쌓아놓다가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이 있다. 그가 샹송을 보내면 몰라도 듣고 본다. 그래 이렇게 말하는 것이 지금 어울리겠다. 친구가 보낸 것들은 들으면서 보기도 하고 듣고 나서 보기도 한다. 어떤 것은 보고 난 다음에 듣기도 하고. 무슨 말이냐 하면, 1차적 경험 - 날것 그대로의 - 과 2차적 해석 - 우리의 배경이 되는 것들 사이의 -을 통해서 더 잘 맛본다고 하면 뜻이 통할 것이다. 그런 것을 음미한다고 할 것이다. 그는 어느 순간 내가 음미하는 사람이 된 듯하다. 정치, 소비, 태도, 지향, 가끔 회개나 회한 같은 것까지 기둥처럼 줄거리를 세워 읽는다. 그의 동선을 상상하며 따라간다.
어제는 조금 위험한 생각을 했다. 학교를 쉬라고 할까. 우리도 미친 척 세계 여행을 떠나볼까. 그러고 보니 올해 수능도 정말 코앞에 왔구나. 산이는 수행 평가도 만만치 않다고 밤늦게 들어와서 아침에 겨우 눈을 뜬다. 아침을 챙기다 말고 방에 들어간 아내가 나오지 않는다. 산이 종아리며 허벅지를 주무르느라 바쁜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 앞에 서서 일상의 아침을 보고 듣는다. 한쪽에서는 북엇국이 끓고 있고 산이는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간다. 나는 거기 함께 있으면서 또 따로 있는 사람처럼 일기를 쓰고 있다. 어제 일기는 평화로웠다는 말로 끝났다.
아마 이 밥을 먹는 데 5분 50초 정도밖에 여유가 없을 것이다. 머리를 말리고 식탁에 앉는 산이 헤어스타일이 얌전하다. 밥에 물기가 적다는 것을 설명해 줬다. 쌀이 오래되니까 물을 더 먹는 것 같다고. 그러니 의사든 요리사든 선생님이든 다 어려운 일이야. 똑같이 하던 대로 수술을 하고 요리를 했는데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시간이 없는데 이야기에 시간을 들였다. 밥 먹으면서 이 노래 들어봐라.
둠 둠 둠 둠 둠, 시작한다. 라임이 통통, 귀가 싱그럽다. 눈에 하트가 맴을 그린다. kids cover, 그래 아이들 목소리는 어느 곳이든 천국 같이 연출하는 마력을 가졌다. 여자아이, 남자아이, 작은 아이, 큰아이, 안경 쓴 아이, 머리 긴 아이,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Doo Doo Doo Doo Doo.
노래가 흐르자마자 산이는 메모리! 어? 아는구나!
내가 노래를 좀 알지, 그런 몸짓을 한다. 엄지를 꼽아 제 가슴에 대고 척척, 그런다.
똑딱, 시간이 착착 지나고 있다. 그래도 할 말이 떠올랐다.
음악을 아는 것은 반가운 일이야. 외국 같은 데 가서 길을 걷다가 내가 아는 음악이 나오면 친구 만난 것처럼 반가울걸.
기타도 재미있다고 한다. 피아노를 더 배웠으면 좋았겠지만 이다음은 네가 '직접' 선택하는 거라고 일러줬다.
아이가 하나씩 제힘으로 제 생각으로 제 감정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고마운 생각이 밥 위로 떨어졌다.
그런 것을 문화라고 그래, 우리가 Culture 그러잖아, 문화라고 할 때. 그 문화는 Cultivated 되었다는 말이야, Cultivate, 우리가 맨땅에다 씨를 심을 수는 없잖아. 고구마 하나를 먹으려고 해도 땅을 일구고 가꿔야 하잖아. 돌을 치우고 거름을 주고 싹이 잘 트게 해서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것, Cultivate, 경작하다. 잘 가꿔진 상태가 Cultivated 된 거야. 여기 아침밥도 문화고, 지금 메모리즈도 문화, 네 머리 스타일도 하나의 문화가 되어 가고 있지. 어서, 밥 먹어라. 그러는 사이에 밥도 줄고 시간도 줄고 그러나 눈은 커지고 귀도 길어졌다. 입은 덤으로 간질간질.
Toast to the ones here today - 오늘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건배.
Toast to the ones that we lost on the way -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을 위해 건배.
미륵산에 다녀왔는데, 내가 산을 얼마나 다녔겠냐. 거기 소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그 중간쯤을 잡고 내려갔던 거야. 그 부분만 반질반질하게 빛나더라니까. 그런데 그런 나무들이 산에는 꼭 있어. 사람들이 올라가기 힘든 구간이나 내려가기 위험한 데 나무가 있는 거야. 그 나무가 의지가 되는 거지. 붙잡고 올라가고 붙잡고 내려가고. 나무에 그렇게 사람들 손이 닿고 그때마다 손때가 묻는 거야. 그런데 그게 기름도 아니고 때도 아니고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싶더라. 아, 빛나는구나. 오래 손을 갖다 대면 빛나는구나. 그런 생각이 다 들었다니까.
네가 좋아하는 것들에게 손을 가져다 대라. 자주 만지면 줄도 악기가 되잖아. 그 악기로 연주하는 곡은 너를 행복하게 할 것이고. 너는 부자가 되지 않아도 부자여서 좋을 거다. 그런 문화, 한 번 가져보는 것.
나도 거기 어디에 걸터앉아 멀리 보고 오래 듣는 노래를 하나 불러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