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득 요즘 대학 등록금은 얼마나 되는지 검색해 봤다. 7백만 원 정도 했던 때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보다는 비싸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천만 원이 넘는 액수를 보고 흔히 말하는 '현타'가 왔다. 현실 자각 타임을 줄여 이른다는 그 말을 나도 자각했다. 내일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일을 그만두고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데, 그런 낭만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몸이며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서 현실을 유지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마당인데...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려면 얼마나 돈이 있어야 하나. 한 해에 두 번 학비를 내야하고 생활비며 다른 여타 경비는 또 얼마나 되나. 아내는 그 말을 듣고 당장 정신무장부터 새롭게 하는 태세다. 천만 원이라잖아요, 그런다. 그 말에는 어디서 지금 한가한 소리냐는 핀잔 아닌 핀잔이 담겨있다. 그래, 천만 원을 벌어야 한다. 천만 원을 벌면 다음 천만 원이 입을 벌리고 기다릴 것이다. 나는 계속 천만 원을 벌 수 있는 사람인가.
어제 아침에는 지팡이를 검색해 봤다. 나 같이 아직 노인 소리 듣기에는 어딘가 좀 모자란 사람이 주위 눈치 안 보고 딛고 다닐 만한 근사한 지팡이가 어디 없을까 관심 있게 살핀다. 자기 몸을 관리하지 못해서 아프다고 불편하다고 떠벌리는 것이 구차한 일이기도 하지만 산다는 것은 얼마만큼은 다들 그런 바닥에서 뒹굴며 지내는 일 아니던가. 아내가 짐이 많은 날에는 내가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가지만 결국 무거운 것은 아내가, 그 밖의 것을 달랑달랑 들고 오는 것은 나다. 오히려 그런 내가 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디 가서 경비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반 농담 삼이 던지지만 거기에 걱정도 염려도 근심도 같이 버무려져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를까.
대통령은 술을 좋아한다는데 그 술맛은 어떤 맛일까. 세상이 얼마나 야들야들할까. 대통령은 자식도 없으니까 등록금이니 뭐니 따질 필요 없이 편하겠다.
옆자리에 앉아서 학교에 가는 강이가 버스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충전해야 하는데, 그러니까 충전해야 했었는데 못했다는 말을 그 아이는 얼버무린다. 편의점 앞에서 차를 한 번 멈춰달라는 것인지, 나한테 충전해 달라는 것인지?
"강이야, 버스 카드 다 떨어졌어?"
"이리 줘, 아빠가 충전해 놓을게."
아이를 학교 앞에 내려 주고 편의점부터 찾아갔다. 3만 원을 넣을까, 5만 원을 넣을까, 편의점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이랬던 거구나. 너도 네 용돈으로 충전해야 하나, 아빠한테 말할까 망설였구나.
겨우 6만 원 주는 용돈으로 햄버거를 몇 개나 사 먹을 수 있겠냐. 친구들하고 떡볶이며 군것질을 하고 싶어도 마음껏 한 턱 낼 수 있는 입장도 못 되잖아. 강이야, 어서 2학년에 올라가자. 2학년이니까 2만 원 더 올려줘도 된다고 우리 그렇게 정하고 살자.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돈이 늘 말썽이구나. 돈이 말썽이 아니라 돈은 그대로인데 무엇인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같아.
산이는 스터디 카페 결제 금액이 다 되어 자기 용돈으로 하루치 값을 지불했다고 그런다.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산이 계좌에 5만 원을 보냈다. 시험 보는 날까지 그 돈으로 괜찮은지 물어보는 것을 잊었다. 내일 아침에나 물어봐야겠다. 하루 종일 공부하고 밤늦게 돌아와 잠이 드는 아이를 아침 30분 겨우 본다. 무엇인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