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매력적이냐

某也視善

by 강물처럼


'브라타슬라바'

오케이, 다른 이름들은 몰라도 브라타슬라바는 잊지 않고 정상에서 내가 말해보겠다고 그랬다.


우진이 아빠는 언젠가부터 나라 이름하고 수도를 계속 외우더니 결국 사고를 쳤다. 어제 함라산에 오르는 내내 그의 질문 공세에 나는 맥없이 당하고 말았다. 슬로바키아하고 슬로베니아가 좀 어렵다며,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는 발음도 어렵다고 넉살을 부렸다. 브라타슬라바는 슬로바키아 수도다. 선제공격이 만만치 않다. 길도 오르막이라 숨이 차오는데 연달아 묻는다. 팀푸는 어딘 줄 아세요? 존댓말이 하나도 존대로 들리지 않았다. 팀푸, 팀푸, 솔직히 이건 뭐 수도 이름이라기보다 무슨 디저트나 새로 생긴 아마추어 경기 같다. 이게 부탄의 수도란다. 두 방, 그는 흥이 났다. 곧 신이 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더 자세하게 공격해 들어온다.


그래, 현대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기선 제압용으로 가차 없이 전방위에 폭격을 가하고 상대가 정신없는 틈을 타 정밀 타격한다. 요즘 드론 공격이라는 새로운 전투가 거기에 해당된다. 그다음에는 지상군을 투입해서 상대를 완전히 장악할 것이다. 그렇다, 우진이 아빠는 이스라엘을 꺼냈다. 나는 움찔하면서 이번 공격이야말로 내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표정 없이 귀를 기울였다. 이스라엘은 수도가 헌법상, 국제법상 둘로 나뉘어 있어요, 아, 그래? 이건 미처 몰랐다. 들키지 않게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 두 개가 어디하고 어디예요? 또 깍듯하게 들어온다. 이스라엘은 일단 예루살렘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텔아비브만 안다. 어! 역시 강 상은 기본이 있네요! 그는 나를 강 상이라고 부른다. 길을 걸으면서 일본어를 배운 지 근 10년 되어가는 동행이다.


분위기 전환이란 것이 작전상 꽤나 중요하다. 흐름을 바꾸는 것, 그럴 줄 알아야 끌려다니지 않고 리드할 수 있다. 전쟁에서도 스포츠 경기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적용 가능한 전략이다. 게임 체인저로 누구, 무엇을 쓸 것인지 잘 관리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어디에서 그것을 투입할 것인지가 전쟁의 승패를 가름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둘 다 그 부분에서 지리멸렬해진 상태다. 새로운 동력이 없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과의 연합을 모색하고 그것도 마땅하지 않으니까 핵으로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우진이 아빠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것이 좋다. 그는 나한테 뭔가를 가르치고 싶어 한다. 그 바람을 읽을 수 있다. 누군가 자기 말을 듣고 있다는 쾌감을 몸으로 표현한다. 전쟁이 부정적인 효과만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역사는 또 증명하고 있다. 상대에게 집중하고 경청하는 즐거움을 우진이 아빠를 통해서 나도 배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오래됐다면 경청은 고래도 들뜨게 한다는 말로 각색해 보고 싶다.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사이에 숨도 좀 고르고 나는 나를 살피기로 한다. 11월이 마치 10월 같다.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멋쩍어한다. 어중간한 것이 꼭 나 닮았다. 이맘때면 나목을 바라보면서 을씨년스러운 감상에 빠져들 텐데 내 기분도 덩달아 아직 나무에 매달려 까부는 것처럼 살랑인다. 좋을 게 없는데 그러는 것이 좋다. 우진이 아빠가 그럼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느냐고 물었다.

거기도 세 군데 있다고 재차 묻는다. 나도 그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월드컵 할 때, 소개가 자주 되었다. 거기 케이프타운! 맞아요,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이름으로 가본다. 요하네스버그?

끝을 올리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가장이다. 하지만 역시 오답일 경우에는 겸손으로 해석되는 회색 지대. 그는 어떻게 보면 대단한 전략가일지도 모른다. 혀가 보통이 아니다.


"강 상이 몰랐을 리가 없는데 오래돼서 잊었고만요."


고맙다고 해야 할지, 그게 아니라고 해야 할지, 멀쩡한 콧바람만 킁킁 불어댔다.

프리토리아, 블룸폰테인.


아니, 이거 완전 상전벽해 아닌가요!

상대에 대한 인정은 무엇이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한 단계 올려준다. 일부러 사자성어를 골라 그를 인정했다. 우진이 아빠는 일본어를 통해 한자 공부도 시작했다. 그러니까요, 그러는 것이 재미나다. 유쾌하다.


내가 강 상한테 이런 것을 다 알려주고 있네요, 나야 별거 없는 사람이지만 우진이 아빠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한마디 더했다. 실제는 이렇게 허약하다니까요, 그런 말 있잖아,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건마는 사람이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늘 그렇게 생각만 하는 것하고 실제로 걸어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공부는 그게 매력인 거 같아요. 우리가 다 할 수 없는 것,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 가는 길이 공부하는 것이고, 공부하는 사람은 그것을 알고서도 그 길로 가는 사람인 거 같아요. 그거 얼마나 매력적이냐고요.


그래서 쪼개고 나누어서 잘게 씹어 가며 배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듯합니다. 뜻밖에 정리가 됐다. 마침 얼마 되지 않는 함라산 정수리에 닿았던 참이다. 금강이 내려 보이고 주위는 조용한 곳에서 멀리 미륵산 능선을 짚어 보다가 거기 있는 벚나무에게 손을 가져다 댔다. 자주, 오래 보니까 좋다. 사랑한다.

나무한테 이런 고백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럴 때도 됐나 보다. 시절 인연 아니겠는가 싶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군대 가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들었다. 이번에는 일본어로 시작했다. 모우니주고넨모마에노고토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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