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생각
1962년, 스무 살의 청년은 인천에서 타지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청년은 나의 할아버지다.
1962년 6월 1일
인쇄소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처음으로 일기를 쓰게 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도 인제 왔다.
고향을 떠난 지도 벌써 한 달
1962년 6월 2일
아침밥이 늦었다. 비를 맞아 가며 회사에 나갔으나 인쇄소 사장이 아니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
집에 와서 생각하기를 타향살이에서 고생하는 덕택이라고만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서울에 가셨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린 나이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집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왔던 나의 시선에서는 할아버지가 정말 용감하게 느껴진다.
계산을 해보니, 일기 속 그날에 그는 겨우 스물이었다. 그리고 ‘타향살이’라는 단어가 눈에 밟혔다. 나도 대학교 3학년부터 4학년까지 2년간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다. 본가를 떠나면 자유도 있어 좋기도 했지만 낯선 곳에 뚝 떨어지는 것 같은 부담이 있었다. 그래도 이 시대에는 핸드폰이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을 땐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절엔 제대로 된 전화도 없었을 텐데, 타향에서 혼자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 소년이 대단하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1962년 6월 5일
하루 종일 인쇄소에서 일하고 집에 와 보니 고향에 내려간 옥자 어머니가 돌아오시었다. 집안 식구들도 모두들 편히 계신다고 해서 나는 한참 즐겼다. 밤에는 금자네 집에 가서 놀다 돌아와서 졸면서 일기를 쓰게 되었다.
누워서 잠을 자려니까 고향 생각이 절로 났다.
내 고향 전라도
호남열차를 타고 가는 급행열차
일기 맨 아래에 그려진 기차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기장 속에 기차 그림을 그리며, 마음만이라도 고향에 가고 싶지 않았을까?
그 시절 고향을 그리워하던 소년의 마음이, 오늘의 나에게도 번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