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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탱 Apr 19. 2023

소소함에서 오는 진심

소소함 느껴지는 감동은 종종 큰 활동에서 느낄 수 없는 진정성이 있다.

공연마케팅, 제조 그리고, IT를 거쳐 게임회사에 오기까지 다양한 규모와 업종에 대한 경험 새로운 업계에서의 빠른 적응을 가능하게 했다. 아무리 경력직 입사를 해도 산업특성이나 통용되는 용어, 일하는 방식은 새로운 도전 거리가 되다.

이번에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었다

게임 스타트업


먼저, 산업 특성을 파악하 위해 대표님과 업계 인사담당자 와 교류하였다. 업계 특성을 알면 일하는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성향, 그리고 생각이 제일 처음 정렬이 되기 때문이다.


게임은 강한 오락성과 대중성을 특징으로 하는 흥행산업이다. 그래서 흥행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하여 기획, 개발단계에서 수시로 수정이 일어나 개발이 지연될 경우, 예컨대 "철 지난 게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다양한 시행착오와 수정 작업의 반복이다. 이 문제해결 과정은 일정이라는 사이클 안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성원을 쉽게 피로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기도 했다.


지금은 아주 사소한 바람이 필요한 때다.


우리 게임 사업팀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소요된 프로젝트 기간과 치열한 개발환경은 평소에 숨 쉬는 공기를 무겁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진공 상태와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다. 전제된 기저의식분위기개개인 별 피로도의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


구성원들의 지친 얼굴과 표정은 "너도 힘들어..? 아~ 나도 힘들어" 같은 상호 확신이 될 뿐, 바닷물에 서서히 침식되어 가는 골조와 벽면처럼 천천히 늙어갈 뿐이었다. 결국, 우리의 모습이 이렇게 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사람들의 피로한 얼굴은 전염되기 시작한다. 피부에 스며드는 침체된 공기를 느끼며 차가운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아 그냥 차가운 물 한 모금을 끼얹고 싶다."


스타트업에서 성공을 바라고 모인 각자의 다짐은 지쳐가는 분위기 속에 개인의 시각을 분산시켜 버린다. 조직 또는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쉽고, 나의 실패와 좌절감은 타인을 불행으로 오염시키기도 한다. 오염된 물은 현실을 외면하고, 동료에게 반감을 만들며, 그렇게 신뢰를 잃어 간다.


이런 시기야 말로, 찰나에 스쳐간 신선한 바람결이 그리운 것이 아닐까? 상실과 결핍은 충만함의 그리움이라 했다.  여름에도 추위를 느끼는 사람이 옷을 기워입고 만족하듯, 불안정한 결핍에서 충만함으로 움직이길 원한다. 그래서 때로는 결핍을 포착하는 것이 풍요로움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핍을 찾고 환기하자

먼저 구성원의견을 모았다.

모은 의견들이 반영되는 과정 그리고 조직에 변화의지가 있음을 체감하게 하고 싶었다.
 - 일만 하는 것 같다.

 - 경직됐다.

 - 구성원 A, B가 아니라, 관심을 받는 프로젝트의 구성원이고 싶다. (필자는 "주인공"이라고 해석함)


이 외에도 여러 의견들이 모였고,

우리는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했다.



비용인가? vs 투자인가?

조직문화 활동을 같이 고민하고 있던 동료가 의문을 품는다.

"예산을 받아야.. 뭘 하지.. 않을까요...? "


회계와 인사담당자 간에 비용을 바라보는 관점은 항상 인식차이가 벌어지는 요소다. 회계 비용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인사입장에서는 비용은 중장기적 투자관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쌓여가는 불만스트레스 또는 무기력한 상황이 아이스크림 하나로 구성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면 이것을 어떤 공식이나 데이터로 입증하겠는가? (여러 실증 연구가 있는 경우는 근거로 제시할 수 있으나, 구성원들 사이에서 정성적인 데이터를 모아 인사담당자의 해석으로 적절 시점에서 제안하는 사항을 매번 실증연구로 대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황도 다르고, 각자 느끼는 감정의 영역 해석도 다르다) 그래서 인사는 항상 돈이 많은 회사에서 더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금전적 여유가 없는 조직에서 맥락을 만드는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인사 활동에 비용을 투여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구성원들이 조직목표와 비전을 이해하도록 하고 리텐션 하여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분위기 만들어 주세요."


당장 머리가 아파온다...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손에 꼽히는 선택지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참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참담한 결과그려진다..

비용대비 효율성을 따지면 좋으련만, 비용이 없으면 대체 어떤 효율성을 그려야 하는지 막막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답이 안 나온다..."

.

..

...

"가만... 언제는 답이 있었나?"


내가 인사커리어를 유지했던 유일한 매력은

"가능성을 찾아가는 다양한 선택지였지... 굳이 참신해야 하나?"



피플팀의 조직 문화 활동은 조직 성장이 전제되거나, 조직규모, 투자의지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할수록 막막했던 고민의 결과를 더욱 보잘것없게 만들었다. (물론 활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아이디어의 폭은 투자의지가 전제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기사에 나올 법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뛰어다녔고, 때로는 심리상담, 목표 정렬을 위해 고민하는 기획자, 때로는 상시 운영과 살림을 책임지는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되는 된다. 마치 물기도 없는 수건을 겨우 겨우 비틀고 짜내서 나온 몇 방울을 가지고 맥락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비용을 투자의 개념으로 시각을 바꾸려면 선택의 문제에서 우열을 가리고, 가치관 설득 과정이 필요다. 금 방금 아득하고 답답함이 느껴진다면, 이미 가치관의 영역에서 싸워본 경험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된다.

가치관과 선택의 문제에서 치열하게  토론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 과정이 얼마나 고된 과정인지 잘 알 것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비용"으로 HR을 바라보면 모든 활동은 수축하고 결빙된다. 활동에 소극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경험적 인사이트나 조직 진단역량이 부족하고, 조직이 크게 관심이 없으면, 관리만을 위한 유지보수 부서가 되기 십상이다.


아이디어 회의의 중반이 흘렀을까?..

예산의 한계를 고려한 Ideation을 하면 할수록, 나오는 아이디어의 한계가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이었다. 많은 스타트업 내지는 중소규모의 피플팀의 공통점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여전히 예산의 목마름을 가지고 있었다.

큰돈을 사용한 독창적인 행사 자랑거리를 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하는 것들이 작고 소소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더 비교하게 되는 것 같았다. 수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도 타인이 봤을 때는 특히 별거 아니고 미약해 보인다.


그냥 소소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피플팀의 작은 이벤트나 활동이 누군가의 고독을 지켜주지도, 병을 앓는 사람을 낫게 하지도, 슬픈 사람의 눈물을 씻어주지도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심심한 마음에 약간의 기쁨을 주거나, 아니면 위로의 말로 잠깐의 회상을 주는 정도일 뿐, 어떤 고통이나 고난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잡한 세상 속에서 꺼지지 않는 작은 촛불처럼, 회색도시 속에서 피어난 장미가 수 밟은 발길질 속에 살아남은 처절함을 뒤로하고 그 야생의 아름다움을 시선과 향기로 전달하는 것처럼, 작은 몸부림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파생되는 영향력은 충분하다.


마치 목마른 사람에게 바다를 줄 필요가 없듯이... 부족함을 견뎌낼 차가운 물 한잔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어두운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태양이 아니라 한 줄기 빛이 필요하지 할지도 모른다. 차고 넘치는 것보다는 빛 한 조각, 이슬 한 모금, 티끌 같이 작아 보이는 조각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아주 작지만 적절한 상황에서 그 가치는 실로 눈부신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내 주변을 향해 발산하는 신호는 미약하지 않으며, 한 순간의 장면이라도, 그땐 그랬다며 회상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어느덧 나는 결핍을 가진 타인의 생각을 읽고 기억에 한 점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소소함을 인정하고 "메시지에 의미와 진심을 전달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물론, 아이디어 회의 중간에, "그놈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왜 세상이 멀다 하고 내 머릿속에서는 안 나오는 거지?" 라며 야속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진심을 만들고 전달하는 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비록 소소한 모습이라도 그 우리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진심의 깊이는 차별화된 요소라는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 비타 500을 건네며 자필 메시지를 전달할까?

- 군대 간 남자를 위해 이벤트를 박카스로 했다더라

- 박카스 표지 이미지를 위트 있게 꾸민 사례를 찾았다. 귀엽고, 위트 있다.

- 위트 있는 내용들은 취향에 상관없이 쉽게,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 아이템은 박카스로 가자
- 표지이미지 꾸미고 진심을 담아 구두로 응원하자
- 메시지 내용은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다는 마음이 느껴지게 응원!




그렇게 작업이 시작되었다.


박카스 표지 페이지를 만들고



귀엽 응원 메시지
한분 한분씩 응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전달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한명 한명의 이름을, 수작업으로 만든 노력과 정성에 감동했다는 구성원

책상에 아기자기 꾸미고 사진을 찍어 공유는 구성원

작은 이벤트 하나로 오후시간은 이야기 거리가 오고갔다.



소소함이라는 것은 자칫 초라하고, 당연하고, 보잘것 없거나, 당연하고, 흔해서, 우리가 놓치기 쉽다. 그러나 사라지면 비로소 소중했음을 깨닫는 것처럼, 마치 어린 시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어른이 되어서야 그 의미와 함께 깊이 느끼게 되는 것처럼, 결핍과 회고의 상태에 이르러서야 그 깊이를 체감한다.


우리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삶은 어떠한 것일까?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큰 돈을 들 행사를 열어주고 생색내거나, 규모있는 복지를  외부매체에 포장된 이미지로 홍보하고 나서 비용 관점의 고민이 시작되면 쉽게 사람을 내치는 것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 조직만큼은 구성원들을 가슴 깊이 믿고 지지하고 있고, 주인공은 여러분들이며,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진정성 있는 일관된 모습으로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성우 경력이 전무한 "하라 나노카"를 뽑았던 이유에 대해 했던 말이 있다.
"여러 가지를 평소부터 느꼈어요. 밝은 면이라던 가, 슬픔까지도요."
"다른 사람 보다 더 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일상의 감정을 더 넓고 섬세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목소리로 더 깊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내면을 한층 더 깊게 파고들게 하여 더욱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했고,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소소함의 깊이를 느끼고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소소함 사이에서 삶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소함이 자리를 잡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위대함이 된다.

- 조지 엘리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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