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그릇

준비

by 나리

사거리에 나란히 선 우리

신호등의 색이 바뀌고

나는 이쪽, 너는 저쪽

각자의 방향으로 걷는다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웃으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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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십 대가 된 아이들은 혼자 걷고 먹고 자고 놉니다. 일상생활에서 나의 도움은 거의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몸이 멀어질 때는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어 홀가분하고 기뻤습니다. 더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이제 머리와 마음도 서서히 멀어져 갑니다. 분명 한 몸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가끔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첫째는 '잘 자'라는 톡에는 다음날 답장을 하면서 본인이 필요한 게 있을 때는 바로바로 답을 합니다.

둘째는 제 폰의 친구 사진은 보여주지 않고, 매 주말 친구들과 약속을 잡습니다.

셋째는 차 안에서 이어폰을 꽂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만 듣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자라고 있는 거야!'

'나도 저 나이 땐 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했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동굴이 필요한 법이지, 나도 그런 걸.'

'혼자 끼니도 해결할 줄 알니 이제 제 앞가림은 하겠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아린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또 부모가 되어 가고 있나 봅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독립을 위해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하면...

나중에...조금이라도 마음이 덜 아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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