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와 통일은 사라졌다
무궁화와 새마을은 남았지만
더 이상 느림의 미학을 즐기지 못한 채
빠르게 빠르게 목적지만을 향해간다
가끔 전철역에서 집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만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 기차를 타고 싶어 마음이 울컥합니다.
간만에 집에 갑니다. 갈아입을 옷가지와 전해주고픈 소소한 것들로 짐을 꾸렸습니다.
승강장에 저마다의 짐을 가지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들떠 보입니다. 기차를 탄다는 건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과 분명 다릅니다. 가슴에 기분 좋은 울렁거림이 느껴집니다.
덜커덩 소리를 내며 기차가 속도를 내면 건물들의 높이는 점점 낮아지고 창밖은 초록빛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기차가 멈출 때마다 사람들이 내리고 오릅니다.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집에 가까워집니다.
바다와 맞닿은 곳, 다음 역은 없습니다. 승강장에 발을 내딛으며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쉽니다. 바람에 실려오는 짠내가 나를 웃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