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그릇

빈자리

by 나리

흰 종이에 까만 두 글자


오늘도 불이 꺼진 유리창 안

기대와 열정으로 문을 열고

고됨과 좌절로 닫았을 공간

있던 것은 어디로 갔을까

남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괜시리 문 앞을 서성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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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라는 두 글 자가 적힌 종이들이 동네에 제법 보입니다.

비워진 가게를 볼 때면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던 중 종종 들리던 가게 두 곳이 보름 간격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한 곳은 원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재빠르게 텅 비워졌고 다른 한 곳은 집기가 고스란히 남겨진 채였습니다.

얼마 전 물건이 남은 곳의 글씨가 '임대'에서 다시'휴무'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열지도 모른단 기대에 지날 때마다 가게의 동태를 살피게 됩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빈자리가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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