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비행은 처음이라
자리 배치는 다음과 같았다.
가방을 정리하고 아이들 자리에 별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했다. 넓지는 않지만 나에겐 좁지도 않은 좌석이었다. 하지만 남편에겐 확실히 좁은 자리였다. 네모 반듯한 공간에 각 맞춰 끼워 넣은 듯한 모습이 보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괜찮을까?
기내 방송이 시작되었다. 1번과 2번은 비상사태 시 안내사항을 주의 깊게 듣고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출발준비를 끝낸 상태로 활주로 대기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3번이 '늦게 출발해서 기분이가 안 좋아'라고 내 메모장에 적었다. 벌써 밤 10시가 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무사히 비행기는 이륙했고 곧이어 미리 주문했던 기내식을 받았다. 먹는 걸 받자마자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기내의 조명이 어두워졌다. 아이들이 먼저 잠들고 나도 눈을 붙이려고 의자 등받이를 조절하려 했는데 움직이질 않는다. 다시 한번 힘을 써봤지만 또 실패였다. 어쩔 수 없이 몸을 옆으로 살짝 틀고 눈을 감았다. 3번은 어느새 내 다리를 베고 누었다. 다리는 저려오고 등도 아프고 목고 힘들고 불편해서 계속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비행시간이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이대로는 도저히 남은 시간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의자 레버를 잡고 다시 한번 온 힘을 다해 '끙'소리 나게 등받이를 밀었다. 끼긱 소리를 내며 등받이가 뒤로 눕혀졌다 살 것 같았다. 옆자리에 남편은 좌석조절을 포기했는지 앞자리에 이마를 대고 보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다.
조용하고 어두운 비행기 내, 손을 뻗어 창문덮개를 살며시 열어보았다. 어둠에 눈에 익숙해질 때쯤 반짝이는 것들이 보였다. 까만 하늘에 총총이 박혀있는 별들이 아름다웠다. 너무 멋진 모습이라 남겨두고 싶어 사진을 찍었는데 잘 표현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메모장에 손그림으로 남겨두었다. 도착한 후 아이들에게 멋진 밤하늘을 보았다며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