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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Aug 14. 2024

15. 안녕, 시드니!

* 모든 시간은 현지 기준입니다


잠이 든 건지 눈을 감고만 있는 것인지 정신상태는 헤롱하고 어깨와 허리가 굳어져 가고 있을 때쯤 비행기 내부가 슬 밝아졌다. 아침해를 보고 싶어 창문덮개를 열어보려 했다. 아주 작은 틈 사이로도 느껴지는 강렬한 빛에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승무원들이 이내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비행기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창 밖으로 하버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가 보였다. 드디어 다 왔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시드니의 날씨는 구름이 있어 조금 흐렸다.

10시 35분 시드니공항에 내렸다. 출국 때와 달리 입국심사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뭐 중간에 나만 다시 한번 여권 확인받은 것 빼고는...(왜 또 나만!)


구겨졌던 몸을 기지개로 쭉 펴고선 멜버른 이동을 위해 국내선 터미널 3으로 서둘러 이동을 했다. 탑승시간까지는 3시간의 여유가 있어 공항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는데 규모가 크지 않아 구경이 금세 끝나고 말았다.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계획대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버커킹의 호주버전인 헝그리잭에서 버거와 연어초밥을 사서 맛보았다. 버거를 먹던 1, 2번이 패티가 진짜 맛있단다. 오자마자 호주 소고기에 감탄하다니 앞으로 먹을 고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아이들을 먹이고 나는 플랫화이트를 찾아 나섰다. 기존 라테보다 우유의 양이 적어 커피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호주의 커피를 현지에서 맛볼 수 있게 되다니 마시기도 전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긴장된 목소리로 주문을 하고 처음 써보는 트레블월렛 카드가 결제가 잘 되는 것도 확인했다. 따뜻하고 고소한 커피 한잔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기대가 커서일까? 맛있는 편이긴 했지만 '와! 미쳤다'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우리가 타야 할 멜버른 행비행기가 30분 지연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쯤이야 뭐! 한가하게 공항에서 여유를 부려보았다. 시간 맞춰 멜버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자유로운 자세로 비행안내를 하는 콴타스항공의 승무원들에게서 노련미와 푸근함 물씬 느껴졌다. 장거리 비행에 피곤했는지 남편도 애들도 이륙과 동시에 모두 잠들어 버렸다. 낯선 장소가 주는 묘한 긴장감에 왠지 나까지 자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와중에 기내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고개를 빼꼼 들어 뭘 주는지 살펴보았다. 다양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머릿속으로 음료수 종류가 뭐가 있는지 영어문장으로 만들어 여러 번 되뇌어 보았다. 두근두근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멋진 은발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승무원분의 물음에 연습한 건 다 날아가고 '워터 플리즈'가 튀어나왔다. 승무원분은 물과 간식을 챙겨주면서 옆에 잠든 아이들을 보더니 '아이들것도 줄까?' 물어보셨다. 질문에  그나마 자신 있는 단어인 '땡큐'로 답을 했다. 물과 간식을 받아 들고선 끝내 음료수 종류를 물어보지 못한 내가 초라했다. 홀로 간식으로 먹으면서 이제 1일 차인데 언젠가 다시 물어볼 기회가 있겠지 하며 마음을 다스려보았다. 간식으로 받은 건 비스킷과 치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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