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 15분 드디어 멜버른에 도착했다. 해가 쨍쨍하다. 온도는 무려 32도! 진짜 파란 하늘이다.
짐도 다 찾았으니 이제 숙소로 이동을 해야 한다. 슈퍼 J 남편이 한국에서 예매를 마친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2층 버스였는데 이미 자리가 다 차서 위로 올라가 보지는 못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숙소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숙소 건물에서 아래로 내려가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마카로니식당이 있습니다. 그곳의 종업원에게 열쇠를 받아서 회색포치로 들어가면 됩니다. 엘리베이터는 맨 앞에 있는 것만 이용가능합니다. 건승하세요!
포치는 뭐고 건승하세요는 뭐지? 뭔가 어색한 번역이었지만 아이들은 열쇠 찾기 미션이라며 흥미를 가졌다.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뭐든 기운을 차려 다행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미션을 해결한 후 열쇠를 획득했고 무사히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있는 협탁 위에 마카로니 식당의 차림표가 있는 걸로 보아 숙소주인은 식당 관계자 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숙소는 방 2개에 더블침대가 하나, 싱글 침대 두 개, 화장실과 거실,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섯 식구가 어느 방을 쓸지 결정하기도 전에 1번과 2번이 같이 방을 쓰겠다며 싱글 침대 두 개 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다들 신발을 벗고 침대와 소파에 몸을 맡겼다. 24시간 만에 편히 누우니 잠이 솔솔 오려한다.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을 일으켜 세워 미리 봐둔 식당으로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돌판에 밥과 고기, 김치, 카레 등이 올려져 나오는 '페퍼런치'라는 식당이었다. 키오스크로 메뉴를 준비하고 테이블에 앉았는데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다.
맛있다를 연신 외치며 정말 깨끗하게 그릇을 다 비워낸 후 후식으로 빙수를 먹기 위해 이동했다(역시 미리 검색해 두었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 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천천히 걸으며 거리의 분위기를 보고 싶었는데 금세 피곤해하는 세 녀석을 위해 빠르게 이동을 했다. 빙수가 언제부터 인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장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배도 채웠으니 장보기 미션을 위해 한인 마트로 이동했다. 3번이 좋아하는 김치를 필수로 즉석밥과 라면 등 한국에서 온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직원도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결제까지 일사천리로 완료했지만 아직 장보기는 끝나지 않았다. 숙소에서 가까운 마트에 들러 무거운 물과 우유, 과일 등을 추가로 구매했다. 호주 물가가 비싸다고 했지만 식재료 물가는 오히려 저렴했다.
시드니 내려서 멜버른까지, 숙소와 식사, 장보기까지 착착 진행된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방심은 금물이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환승을 하느라 공항에서 유심카드를 사는 걸 잊었다. 뒤늦게 마트에서 파는 선불유심카드를 사 왔는데 인증이 안된다. 씻지도 않고 혼자 유심카드와 싸우는 남편을 도와줄 길이 없었다. 정확한 이유는 여전히 모르지만 25 AUD를 주고 산 유심카드는 버려졌다. 어쩐지 잘 풀리는 하루더라...